올 겨울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17일 오전 6시50분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에는 온몸을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시민들이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직장과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온도는 영하 11.1도를 기록했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7.9도까지 내려갔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에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차가운 바람이 연신 시민들의 얼굴을 때려 시민들의 코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한 여성은 털장갑을 낀 손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이미 찬바람 때문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른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괴로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시민들은 연신 새하얀 입김을 내뿜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딩 점퍼를 입었고, 목도리와 장갑을 필수였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거나 몸을 웅크리며 추위와 싸웠다. 자신이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자 정류장 전광판을 애타게 바라보는 시민도 있었다.
청량리역 인근 도로는 곳곳이 얼어 있었다. 이곳을 걷던 시민들은 균형을 잃고 미끄러질뻔하기도 했다. 청량리역 매표소로 올라가는 계단도 꽁꽁 얼어붙어 '진입 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다.
서울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양모(45)씨는 추위에 질렸다는 표정으로 "어제 일기예보를 봤지만 이 정도로 추울 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발가락이 깨질 듯 아프다"고 말했다.
정장 위에 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낀 채 출근하고 있던 직장인 김수용(33)씨는 "이렇게 껴입어도 몸속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며 "이런 날씨엔 지옥철을 타더라도 따뜻하게 가고 싶다"고 했다.
종로2가에서 근무한다는 직장인 유예슬(29·여)씨는 "추워도 너무 추운 거 아니냐"며 "나름대로 준비해서 입고 왔는데도 너무 춥다"고 손사래를 쳤다.
같은 시각 성북구 종암경찰서 인근 정류장에는 등교하는 여고생들이 애타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정색 스타킹 위에 발목까지 올라온 두꺼운 양말을 신은 한 학생의 머리카락은 추위에 딱딱하게 얼어 있었다.
전날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됐다는 장주연(17·여)양은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서 학교에서 빨리 공부를 하고 싶어도 빨리 갈 수가 없다"며 "10분 일찍 나왔는데 어제 눈이 온 탓인지 오히려 등교 시간이 늦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손을 미리 녹이면서 가야하는데 핫팩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렸다"며 연신 손을 비볐다.
버스 안에는 지난 밤 내린 눈을 밟고 탄 승객들의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버스 바닥 곳곳이 얼어붙었다.
패딩점퍼를 입고 보라색 목도리로 목을 칭칭 감은 오모(50·여)씨는 "오늘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다는 소리에 레깅스에 내복까지 입었다"며 "오늘따라 출근길이 무서워 일어나기 싫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일한다는 정모(24·여)씨는 "추워서 마스크까지 끼고 나왔다"며 "몸이 얼 것 같아서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마저 괴로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 낮 기온도 영하에 머물고 바람도 강하게 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5㎞ 상층으로 영하 35도의 찬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