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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고용부, 비정규직 대책 놓고 엇박자

기재부, 정규직 보호 수준 완화 방안 추진 고용부, "아직 검토되지 않은 방안에 불과"

강신철 기자  2014.12.07 17: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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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해소를 위해 정규직 보호 수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책은 비정규직의 근로 조건을 보호하는 대신 정규직에 대한 보호 수준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대신 정규직의 경직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고용부는 지금까지 검토도 하지 않은 내용을 기재부가 외부에 흘리면서 '간보기'를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나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물러섰다. 최경환 부총리도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해고를 쉽게 한다기 보다도 임금 체계를 바꾼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정부가 해고 요건 등은 정규직보다 낮되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비정규직보다 높은 이른바 '중규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기재부는 이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기재부는 즉시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자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불만이 터뜨리고 있다. 기재부가 언론에 관련 내용을 흘린 뒤 여론을 살피는 '간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정부 당국자라면 정책의 무거움을 알고 신중히 고민해야지 언론을 상대로 장사나 하는 행태는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연령 이후에는 임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임금피크제'와 직무 가치에 기반해 지급하는 '직무급' 등을 확대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연차에 따라 호봉제와 성과·직무급제, 임금피크제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복합임금제'를 공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서둘러 부인했다.

기재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고용부 측의 불만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재부 쪽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말로 보이는 데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겠는가"라며 "우리는 전혀 검토한 적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 문제를 놓고 두 부처가 시각차를 보이는 것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상대해야 하는 집단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에게도 '정규직 보호 완화'라는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정규직은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덜 보호하다 보니 기업이 겁이나서 정규직을 못 뽑고 있다"며 "노동 파트를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용부는 노동자단체를 설득하는 일이 고민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때 공기업 초임 삭감으로 파장이 컸는데 이번에는 그 때보다 훨씬 큰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