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정윤회-십상시 회합 의혹' 강남 중식당 압수수색에도 문전성시

조심스런 대화 나누기 딱 좋은 분위기

강신철 기자  2014.12.06 11:14:28

기사프린트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다음날인 5일 오후 5시30분.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59)씨가 청와대 비서관들과 회동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J중식당에는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전날 압수수색이 이뤄졌던 곳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성업 중이란 것은 빼곡히 적힌 예약명부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줄이 그어진 노트의 예약명부는 샤프 펜슬로 작성하고 있어서 예약 변경·취소 시 흔적 없이 지우는 게 가능해 보였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간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편은 철저히 외부와 분리돼 있는 룸(Room) 구조로 돼 있었다.

룸 크기는 어림잡아 성인 8~12명 가량 들어가기 알맞아 보였다. 왼편에는 4인석으로 된 테이블 9~10개가 나란히 놓인 홀(hall)이었다.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붉은기를 띄는 조명이 켜져 있던 내부는 비밀스런 만남을 꾀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오후 6시30분부터 마감 시각인 10시까지 예약제로만 운영되는데다, 대리주차 직원 서 너명을 제외하곤 기계식으로 된 주차장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외부 노출을 꺼리는 정·재계 인사들이 즐겨 찾을 만한 명소로 꼽히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한 직원은 "기업 임원진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안다"면서 "압수수색 당일에도 정상 영업했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 압수수색을 했다고 가게 문을 닫을 리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인근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식당 쪽으로 들어가는 값비싼 차량이 쉽게 목격된다"고 귀뜸했다.

이 식당은 연말을 맞아 오는 12일까지 예약이 이미 꽉 차있었다. 검찰 압수수색 여파 탓인지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이틀째 접속이 차단된 상태였다.

압수수색에 관한 식당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뉴시스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나가 달라"는 답변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지난 4일 박관천(48·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정의 문건에 등장하는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의 회합장소로 알려진 이 식당 3곳을 압수수색하고, 식당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폐쇄회로(CC)TV와 예약자 명단, 결제내역 등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현재 정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이 식당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는지 등 문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