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가 국정운영에 개입했다는 청와대 감찰보고서를 최초 보도한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본사 앞은 하루 종일 술렁였다.
문건에 언급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등 8명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 3명과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사회부장까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지난 1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문건 작성 및 유출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면서 이날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할 것이란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오전 일찍부터 출입처에 나갔던 세계일보 기자들이 속속 회사로 복귀했다. 영하의 추위에도 이를 확인하려는 수많은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는 식을줄 몰랐다.
오전 11시45분께 본사의 한 직원이 경비원에게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셔터를 내려라'라고 지시하자 현장에서는 곧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계일보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세계일보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영장 발부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 한국기자협회 소속 셰계일보 기자들은 회사에 집결해 긴급 총회를 열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하자는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오후 3시40분께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 지회장은 본사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검찰 당국으로부터 공식 통보받은 것은 없지만 외부에서 여러 정황이나 제보가 있었다"며 "취재활동이 정당했고, 청와대 문건의 내용도 정확했다. 앞으로의 언론 환경을 위해서라도 압수수색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영장을 청구한 적도, 발부 받은 적도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유상범 3차장 검사는 "세계일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서 발부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현재 압수수색이 임박했다거나 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검찰 수사를 음해하는 세력이 유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짤라 말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알려지자 집행을 놓고 결정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03년 SBS, 2007년 동아일보, 2009년 MB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기자들의 반발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의 경우 검찰이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노조원들에 가로막혀 모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