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 기자 2013.12.18 12:11:09
"외국인에게 한국시장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오피스 시장은 너무 올랐어요. 조만간 큰 폭의 조정이 예상됩니다. 다만 투자를 한다면 물류시설이 유망합니다."
신종웅 DTZ KOREA 회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한국 부동산시장을 평가했다.
신 회장은 국내와 해외 부동산시장을 이론과 실무 양측면에서 읽어 낼 수 있는 부동산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감정평가사로 한국감정원과 프라임감정평가법인 등에서 근무했고 대학에서 부동산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현재는 세계 수위권 종합부동산회사인 DTZ와 2009년 업무협약을 맺고 DTZ코리아를 출범, 회장직을 맡고 있다. DTZ는 전 세계 52개국에서 컨설팅과 감정평가, 부동산 개발 등 부동산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세계 부동산시장 흐름은 어떤가.
"아시아는 지난 수년간 가장 성장세가 높은 시장이었다. 항상 괜찮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아시아시장 상황이 너무 좋다보니 공급이 많이 늘었다. 특히 중국 공급 물량이 폭증했다. 인도도 마찬가지고. 중국 베이징을 보면 오피스가 도심에서 외곽까지 확대됐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도심에 땅이 없으니 판교, 상암, 송파 등까지 오피스가 들어갔다. 부동산은 주기가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임대료가 떨어지고 그러면 공급이 줄어든다. 그러다 당장 나타나진 않지만 공급 부족으로 서서히 임대료가 오르고 다시 공급이 늘어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시아시장은 공급 증가로 임대료(가격)가 떨어지는 단계고, 유럽과 미국은 공급 부족으로 임대료가 올라가는 단계다."
-외국인 투자자에 한국 부동산 시장은 매력적인가.
"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IMF 위기 당시에는 가격이 싸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높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이 없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내국인도 돈이 많다.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의사결정이 빠르기 때문에 좋은 물건은 내국인이 먼저 가져가는 추세다. 단 기업 활동을 위해 들어오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대형 개발투자에도 제주도에 투자한 중국 녹지그룹처럼 프로젝트별로 들어올 수 있다."
-한국 오피스시장 현황을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도 과거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가격이 많이 올랐다. 가격 상승으로 수익률은 연 5~6%대로 낮은 편이다. 그러다 2011년부터 공급이 재개됐다. 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안 좋다는 것인가.
"시장을 볼 때 봐야할 것이 '수요와 공급', '수익률'이다. 통상 해외 투자자에게는 주식과 채권이 주 투자처고 부동산은 대체 투자처인 경우가 많다. 한국 국공채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다. 더구나 미국이 현재 양적완화를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양적완화가 끝나면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국공채 수익률이 오르면 대체 투자처인 부동산도 수익률이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은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자면 가격이라도 싸야한다. 하지만 한국 부동산은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단기적으로는 안 좋을 것 같다. 국공채 대신 기대수익도 안정성도 낮은 부동산시장에 진입할 이유가 없다. DTA가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수익률로 나눈 표에 따르면 한국시장은 콜드마켓이다. 부동산이 창출하는 임대소득, 자본소득 등을 합친 기대수익보다 거래비용, 감가상각 등을 더한 요구수익이 더 크다는 소리다. 기대수익보다 요구수익이 크다면 시장에 진입할 이유가 없다.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투자할 만한 곳을 꼽는다면.
-우선 오피스시장은 계속 확장하고 있지만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 공실 가능성이 많다. 공실을 막기 위해선 임대료를 낮춰야 하지만 그러면 자산가치가 떨어진다. 투자유인이 적다. 조만간 아주 큰 수준의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단 물류시설은 유망하다고 본다. 중국과 호주 등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인해 물류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더구나 온라인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어 물류창고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 최근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규모 복합 상가도 투자해볼만하다. 공간 집중적인 관리 전략과 내부 문화 시설 등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 전월세난 등 풀기 어려운 현안이 많은데
"현재 문제는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는 것. 공급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까지 공급이 어떻게 이뤄졌나.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과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모두 주택을 저가로 공급하는데 초점을 뒀다. 정부가 공급을 인위적으로 늘린 것이다. 문제는 시장을 이길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체가 된 공급은, 결국 정부 실패를 낳을 수 있다. 일례로 정부가 그린벨트에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로또가 돼 주택시장을 망가트렸다. 일종의 이중 가격제였기 때문이다. 시장을 무시한 공급은 수요와 공급간 균형을 교란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살리면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일부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공공 임대 등을 계속하되 궁극적으로는 민간 임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럼 수요 측면에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이제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수요 측면에서도 새로운 신호를 줘야한다. 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더 내야하나. 다주택자 중과를 하는 나라는 몇 곳 없다. 현재는 세금 때문에 팔고 다른 집으로 옮기려고 해도 옮길 수가 없다. 이른바 '잠김 효과(rocking effect)'가 발생한다. 돈이 있는 사람이 집을 사서 선순환시켜야 한다. 이들의 집 구매는 '집을 사도 된다'는 일종의 신호로 작용, 다른 이들의 시장 참여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처럼 '다주택자는 공공의 적'이란 시선은 버려야 한다.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는 다주택자에게 중과세를 하면 시장에 플레이어가 사라져 버린다. 사고 팔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 민간 임대를 활성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