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요? 잘 먹어서 그런가? 드라마에서 보면 얼굴이 커졌다가 달걀만 해지기를 반복하던데…."
"예전에는 갈라지는 코끝이랑 짧고 몽땅한 엄지손톱이 콤플렉스였어요. 하지만 저만 가지고 있는 거니깐 못생겼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요."
시작부터 망언의 연속이다. 하지만 탤런트 박신혜(23)의 입을 거치면 사랑스럽기만 하다. 가끔은 몸을 비비 꼬고 부끄러워했으며 때로는 애교 섞인 콧소리와 반달 웃음을 지었다. 진지해지다가도 다시 배시시 웃어댔다.
긍정적이고 항상 웃는 모습이 SBS TV '상속자들'에서 열여덟 살 '차은상'과 닮았다. 박신혜는 "차은상이 가지고 있는 고민도 공감됐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저도 18살 때 엄마랑 많이 다투고 친구 간의 문제도 많았죠. '차은상'도 그때의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때 그 시간을 다시 겪는 것 같아 연기하기가 쉽지가 않았죠."
처지는 차은상이 더 절망스러웠다. 좋아하는 재벌 남자친구의 집에 가정부 딸로 얹혀살았다. 또 억 단위가 움직이는 부자 학우들 사이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회 배려자'로 분리됐다. 고된 삶 속에서도 흘리는 눈물만큼 많이 웃으며 '캔디'같은 삶을 살았다.
박신혜는 차은상의 고된 삶을 이해하듯 "저도 그 시절이 슬럼프였어요"라고 말했다. "조바심이 많이 났었죠. 아역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성인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도 많았죠. 그래서 제 나이보다 더 어른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은 것 같아요. 어색한 부분도 있고 맞지 않은 옷을 입었다는 지적도 받았죠."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을 때가 열세 살이었다. 열여덟 살에 '천국의 나무'로 첫 주연을 맡았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이후 가수 세븐과 호흡을 맞췄던 '궁S'도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계속되는 실패에 책임감이 밀려왔다"는 박신혜는 대학교 1학년 연기 활동을 잠시 접고 학업에 충실했다.
"20대가 되고 성인으로서 첫걸음을 걸으며 사회를 준비하는 친구들과 섞여 지내보고자 열심히 학교에 다녔어요. 당시 동기였던 아라, 김범 등은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였죠. 저의 선택이 잘못된 건가 싶었어요. 또 누군가 저를 찾아 줘서 다시 연기할 수 있을지도 고민됐고요. 많은 생각이 들던 찰나에 '미남이시네요'를 만났고 또래 친구들과 (장)근석 오빠와 촬영을 했죠. 저와 잘 맞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죠. 다행히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고 지원군도 많이 늘어났어요"라고 즐거워했다.
박신혜는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사랑을 받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또다시 진지해졌다. "(연예계에는) 매일 새로운 얼굴이 나오고 있어요. 저의 매력이 2%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죠"라고 고민도 많았다.
자아 성찰의 결실이었을까? 박신혜는 올해 영화 '7번방의 선물'부터 '상속자들'에 출연, 흥행에 성공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주위에서 일 년 장사 다 끝냈다고 말씀하세요"라고 즐거워했다. 데뷔 이후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특히 드라마는 '천국의 계단' 아역 때 이후 최고의 시청률이에요. 워낙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쓰셨기 때문에 저 때문에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과 고민이 많았었어요. 다행히 좋았고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기분입니다"고 행복해했다. "기쁘다는 말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미남이시네요'때처럼 오래오래 후유증이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