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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공사장 인근 물고기 폐사…공사업체가 배상"

"소음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수인한도 넘어"

강신철 기자  2014.11.30 08: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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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소음을 일으키는 공사장 인근에서 양식장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경우 공사업체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민사합의4부(부장판사 박종학)는 양식장 운영자 양모(38)씨가 A건설사 등을 상대로 "물고기 폐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A사 등에 4800만여원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구 환경정책기본법은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는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키우던 물고기가 폐사한 것은 A사 등이 공사를 시공하면서 발생한 소음·진동 때문"이라며 "이 같은 소음은 양씨가 참을 수 있는 정도(수인한도)를 넘은 행위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사 등은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양씨에게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손해배상 액수 산정에 있어서는 "양어장에서 양식하던 물고기의 총 사육량과 폐사한 물고기의 양을 산출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전북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산정한 배상액 이상을 배상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양씨는 2009년부터 전라북도 김제시 백산면 일대에서 향어와 메기를 양식하는 양어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0년 12월 A건설 등이 양식장 인근에서 산업단지 용수공급시설공사에 착수하면서 이듬해인 2011년 8월부터 향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양씨의 양어장과 공사장 사이의 거리는 360m에 불과했다.

양씨는 물고기가 연이어 폐사하자 공사업체 등에 소음과 진동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고, 2012년 6월에는 공사 시행자인 김제시에도 추가공사 중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물고기의 떼죽음이 이어지자 양씨는 전북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이 사건 피해의 배상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에 따르면 A사 등의 공사가 시작된 후 양씨 양어장의 수중소음은 공사 시작 전인 66dB(데시벨)에서 87~105dB로 무려 21~39dB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60dB대의 소음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105dB는 열차 소음과 맞먹는다.

분쟁조정위는 이에 A건설 등이 양씨에게 4800만여원대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A건설 등이 "손해배상 액수가 과다하다"며 불복하자 양씨 측도 "분쟁조정위가 산정한 손해배상 액수는 지나치게 적다"며 맞서 결국 소송이 불거졌다.

양씨에 대한 변론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강청현(34·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가 맡아 진행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이 사건은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 등이 참을 수 없는 범위를 초과했다면 공사업자의 책임에 불문하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위에서 결정된 금액 이상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항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