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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결산·영화]배우 송강호와 감독 봉준호 그리고 관객 2억명

연예뉴스팀 기자  2013.12.17 08: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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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11월20일에 한국영화 관객 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47일이나 앞당겨 1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관객 1억9489만587명도 뛰어넘으며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신인감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유명감독들의 해외진출,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도 잇따랐다. 연말까지 관객 2억명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 성공

예상치 못한 성공을 통해 장르 다양화가 이뤄졌다. 1200만명을 모은 코믹드라마 '7번 방의 선물'이 흥행에 성공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총제작비 61억원으로 914억원을 벌어들이며 올해 최고의 흥행성적을 냈다.

700만명이 본 액션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성공도 의외였다. 스릴러 '숨바꼭질'(감독 허정)은 스타 배우 한 명 없이 560만명을 모았다. 코미디 '박수건달'(감독 조진규)을 380만명이 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다시피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최민식·이정재·황정민이 주연한 '신세계'는 남자들의 우정과 배신을 긴장감 있게 그리며 468만명을 모았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2'는 300만명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냈으며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도 239만명이 봤다.

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가 '7번방의 선물'(1280만명) '설국열차'(934만명) '관상'(913만명) '베를린'(715만명)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명) '숨바꼭질'(560만명) '더 테러 라이브'(557만 명) '감시자들'(550만명) 등 8편이나 됐다.

덕분에 영화 매출액도 치솟았다. 2009년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서더니 2010년 1조1572억5473만8250원, 2011년 1조2357억9946만4200원, 2012년 1조4551억4035만4435원이 됐다. 올해는 1조5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할리우드의 벽을 허물다

스타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많았다. '달콤한 인생'(2005)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9) '악마를 보았다'(2010)의 김지운 감독은 아널드 슈워제너거 주연 액션물 '라스트 스탠드'로 할리우드에 출사표를 던졌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4년 '올드 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를 연출했다. 니콜 키드먼,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가 출연해 극장당 평균수익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프로젝트 '설국열차'는 4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국내에서만 933만명을 모았다. 167개국 판매 기록을 세우며 할리우드 개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시장이 커지면서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도 이어졌다. 영화 '잭 리처'의 홍보차 온 톰 크루즈를 비롯해 청룽, 아널드 슈워제너거, 미아 바시코브스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윌 스미스·제이든 스미스 부자, 브래드 피트, 휴 잭맨, 톰 히들스턴, 빈 디젤 등이 한국을 찾았다.

올해 탤런트 이민정과 결혼한 이병헌의 활동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아이조2'에서는 드웨인 존슨, 채닝 테이텀과 호흡을 맞췄다. 이어 '레드2'에서는 브루스 윌리스, 앤터니 홉킨스 등과 함께 연기했다. 최민식도 스칼릿 조핸슨, 뤽 베송 감독의 '루시'를 촬영하기 위해 프랑스로 갔다.

◇흥행 감독과 신인 감독의 공존

'전우치'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도둑들'이 지난해 흥행에 크게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유명 감독들의 이름값을 톡톡해 해냈다. 2011년 '평양성' 흥행 실패로 상업영화 은퇴를 선언한 이준익 감독은 2년 만에 '소원'으로 돌아왔다. 성폭행을 당한 소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제3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가져갔다.

'괴물'로 1300만 관객을 끌어모은 봉준호 감독은 3년만에 '설국열차'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틸다 스윈턴, 크리스 에번스, 송강호, 고아성 등이 출연해 1000만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신인감독의 흥행 홈런도 터졌다. 김병우 감독은 하정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 '더 테러 라이브'로 순제작비 35억원으로 10배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허정 감독 역시 상업영화 데뷔작 '숨바꼭질'로 560만 명을 모으며 스릴러 역대기록인 '살인의 추억'을 뛰어넘었다.

흥행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박중훈은 영화 '톱스타', 하정우는 '롤러코스터'를 연출하며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00+a 송강호의 활약

송강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와 '관상'(감독 한재림)으로 6개월 새 1850만 관객을 모았고, 18일 개봉 예정인 '변호인'에서도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송강호는 이제 한 해 동안 과거('관상') 현재('변호인') 미래('설국열차')를 오가며 2000만 관객을 부른 배우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다.

송강호는 데뷔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2011년과 2012년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푸른소금'과 '하울링'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똑같은 연기를 반복한다는 말마저 나왔다. 하지만 올해 송강호는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곽정환 서울극장 사장 별세

영화감독, 제작자 겸 배급자로 활약한 곽정환(83) 서울극장 회장이 11월8일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곽 회장은 서울극장을 운영하며 1960년대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기 전인 2000년대 전까지 한국 영화계의 실력자로 배급과 제작의 중심에 섰다.

1964년 합동 영화사 대표로 영화계에 뛰어들었으며 1978년 서울극장을 시작으로 부산 아카데미, 은하극장, 세기 극장 등 전국에 10여개 극장을 소유하며 가장 큰 영화배급망을 갖췄다. 워너브라더스픽처스 등 직배영화 배급대행으로 큰 이득을 봤다.

강우석 감독, 신철 신씨네 대표 등 젊은 기획제작자들과 함께 한국영화 제작과 배급에 힘썼다. '투캅스2'(1996) '초록물고기'(1997) '넘버3'(1997) '편지'(1997) 등의 히트작을 남겼다. '주유천하'(1963) '김마리라는 부인'(1983) '이브의 체험'(1985) '깜보'(1986) '변강쇠'(1986) '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1993)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3) '삘구'(1995) 등을 제작했다. 곽 회장이 참여한 영화는 300여 편에 이른다.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

올해도 대기업 중심의 영화 유통구조는 여전했다. 투자사와 배급사, 극장을 수직계열화한 대기업들은 특정 영화에 대해 상영관을 700개 이상 몰아주면서 영화 시장을 장악했다. 관객들의 선택권이 보장받지 못했고, 다양성 영화는 설 곳을 잃었다. 올해 개봉한 다양성 영화가 최근 몇 년간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반면, 배급사 NEW는 대기업 유통구조와는 달리 독립적으로 시작해 4대 배급사로 우뚝 섰다. 올해는 '신세계' '감시자들' '숨바꼭질'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CJ E&M을 견제했다. 배급시장의 40%를 장악했던 CJ E&M의 점유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리는데 이바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