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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檢, '사기성 CP' 동양 현재현 회장 소환조사

사기성 CP의혹 집중 추궁…현 회장 "CP 상환 의사 있었다"

김승리 기자  2013.12.16 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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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동양그룹 투자 사기 의혹과 관련해 현재현(64) 회장이 16일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는 이날 오전 9시40분께 현재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의혹, 계열사에 대한 편법 대출, 법정관리 전 시세차익을 통한 부당이득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현 회장을 상대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대규모로 기업어음·회사채를 발행한 배경과 계열사 편법 지원 및 관련 대출거래 내역 등을 캐물었다.

특히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를 보고받고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 대량의 어음 발행을 계획·지시한 것은 아닌지, 동양증권에 불완전 CP 판매를 독려했거나 개인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는지, 어음 상환이 불가능한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을 준비한 것은 아닌지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현 회장은 지난 7월29일부터 9월17일까지 그룹 주력회사인 ㈜동양의 재무상태가 부실해지자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1568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 회장은 또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지난해 초부터 1년6개월 동안 담보도 제대로 잡지 않고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계열사에 1조5621억원 상당을 대출해주는 등 편법 지원을 지시·묵인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법정관리 신청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거액의 부당 이득을 챙겼거나,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에 대한 호재성 투자정보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현 회장이 ㈜동양의 경영상태가 악화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부풀리거나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을 통해 어음 발행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발행·판매 과정에서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동양증권은 ㈜동양의 전체 어음 발행규모 중 약 3분의2인 1000억원 어치를 법정관리 직전인 9월에 집중 판매했다. 또 지난 7~9월 다른 계열사의 4132억원 상당 기업어음과 1391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 모두 5523억원 상당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어음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대거 피해를 입었다.

검찰은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에 대한 편법 지원이나 분식회계 창구로 이용된 게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에서 350억원, 동양시멘트에서 100억원을 각각 빌려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에 각각 290억원, 420억원을 편법 대출해줬다.

상장사인 ㈜동양이나 동양시멘트가 동양인터내셔널 등에 대해 직접 자금지원을 해줄 경우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우회해 자금을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비상장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대주주 신용공여한도 제한이 없는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에 비해 편법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현 회장은 이날 검찰조사를 받기 전 "저희로 인해 피해 입은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피해자 구제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했다.

'사기성 CP 발행 의혹이 있는데 발행 당시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당연히 있었던 것 아니겠나. 자세한 건 검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고 대답했다.

현 회장은 이날 검찰에서 사기성 CP·회사채 발행 의혹을 대체로 부인하면서 자금난 악화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정관리 직전 보유주식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의혹 등에 대해서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동양그룹에 관한 수사는 그룹 총수인 현 회장의 소환으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검찰은 이날 밤 늦게 현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돌려보낸 뒤 진술내용과 관련자료 등을 검토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진석(56)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39)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등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조사결과를 검토하는 대로 사법처리 범위와 수위를 일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61) 동양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는 소환 방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 회장에 대한 조사는 CP 발행과 관련된 고발 내용 중심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이 부회장 소환은 결정된바 없다"며 "언제까지 수사하면 끝이라고 날짜를 특정해 말할 순 없지만 상당히 (수사가)많이 진행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앞서 경실련은 현 회장 등을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동양그룹 5개 계열사 경영진 39명을 추가 고발했고, 동양증권 노동조합도 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금감원도 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를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사기성 CP 판매를 독려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정보를 검찰에 통보했다.

한편 이날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검찰에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동양그룹은 가치가 전혀 없는 그룹의 회사채 및 CP를 계획적, 조직적으로 판매했다"며 "그룹 내부적으로 분명한 지침을 정하고 동양증권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회사채 및 CP 사기판매를 종용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으로 대대적인 기업사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양사태와 같은 기업사기 범죄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을 뿐더러 경제 전반에 후폭풍을 일으켜 수많은 경제주체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끼쳤다"며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며 관련자들을 빠짐없이 구속함으로써 조직적인 범행을 낱낱이 밝혀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