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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3집 낸 데미안 라이스 "있는 그대로 보이고자 했다"

연예뉴스팀 기자  2014.11.13 0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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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보니 내가 더 이상 앨범을 만드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있더라. 지난 몇 년을 그냥 흘려 보냈다는 걸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순간 그 자리에 몇 분을 우두커니 서서, 내 임종을 상상해봤다. 그리곤 '그래, 지금부터 내게 남은 시간이, 이 지구에서 내게 허락된 시간이 단 1시간이라면? 그럼 내가 원하는 게 뭐지?' 그 순간 난 내게 있어서 음반을 조금 더 많이 팔고 적게 팔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8년만에 정규 3집 '마이 페이버릿 페이디드 판타지(My Favorite Faded Fantasy)'를 발매한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41)는 음반유통사 워너뮤직과 e-메일 인터뷰에서 그간 공백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말로 중요한 건, 예전의 내가 생각하기에 꽤나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버전의 나를 벗어버리고, 적어도 죽기 전에는 세상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이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2집의 연이은 히트로 성공했지만 어느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허물어지며 '슬픔 이상의 감정'을 마주했다는 라이스는 텅 빈 공허를 느끼며 앨범 작업을 시작했고 중단-재개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때 난 내가 했던 모든 공연을 통틀어 가장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기도 했고, 소위 '성공'이라는 것을 마주했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좋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 주변의 모든 것들이 조금씩 바스러지고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는 순식간에 매우 불행해졌고 끝없이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가라앉았다. 내가 갖고 싶다고 여겼던 것들을 모두 손에 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 정말로 슬픔 그 이상의 감정이었다. 거의 심적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갑자기 유명해져 "남들이 보기에 돈도 많고, 성공했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난 그때도 여전히 텅 비어버린 공허함을 느꼈다"고 했다.

2006년 정규 2집 '9' 이후 앨범 발매가 늦어진 이유다. 새로운 앨범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던 그는 '9' 투어가 끝난 뒤 머문 아이슬란드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난 정말 그곳과 사랑에 빠졌다. 아이슬란드에서 보낸 몇 년 동안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준 건 다름아닌 '배운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배운 거다. 그건 마치 이제 음악이 내 인생에서 2순위가 돼버린 것과 비슷하다."

자신에게 음악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음악은 오히려 인생에 더 깊숙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했다. "웃기지만 약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내가 더 원하지 않을수록 음악은 내게 더 많은 걸 줬다."

3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배운 점을 묻자 "난 변하고 싶었고, 그 변화는 몇 년에 걸쳐 나를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내가 나를 미워하는 것을 끝냈을 때, 비로소 난 세상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번 앨범에는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인상적인 싱글 '마이 페이버릿 페이디드 판타지', 섬세한 노랫말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공식 첫 싱글 '아이 돈트 원트 투 체인지 유(I Don't Want To Change You), 9분이 넘는 대곡 '잇 테이크스 어 랏 투 노 어 맨(It Takes a Lot To Know a Man)', 올해 서울 재즈페스티벌에서 먼저 공개한 '더 그레이티스트 바스타드(The Greatest Bastard)', 데뷔 앨범 'O'를 연상시키는 '컬러 미 인(Colour Me In)' 등 총 8곡이 실렸다.

라이스는 주드 로와 내털리 포트먼이 주연한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 '더 블로워스 도터(The Blower's Daughter)'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가슴 시린 쓸쓸함과 떨림을 주제로 한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차례 단독 내한공연하며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라이스는 이름 때문에 국내에서는 팬들 사이에 '쌀아저씨'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