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6'(슈스케6)이 기사회생했다. 시청률은 20%에 육박하던 시즌 2·3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시청률 하락과 출연자들 실력의 하향 평준화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최근 시즌에 비하면 회복세가 분명하다.
중심에는 '슈스케6' 톱3 곽진언(23)·김필(28)·임도혁(22)이 있다. 이슈나 이야깃거리가 아닌 노래하는 사람, 즉 보컬리스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들이었다. 남을 만한 사람이 남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들은 팀명 '벗님들'로 묶인다. 곽진언·김필·임도혁은 '슈스케6' 생방송 무대 전에 펼쳐진 '슈퍼위크' 당시 한 조에 편성돼 벗님들을 결성하고 '이치현과 벗님들' '당신만이'를 불러 호평받았다. 이 곡은 음원으로 출시돼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준결승을 앞두고 12일 오후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난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눌 때도 각자의 음색으로 노래 부르듯이 말했다. 곽진언은 담백했고, 김필은 진지했으며 임도혁은 능수능란했다. 무대 위 모습 그대로였다. 곽진언은 포크, 김필은 블루스가 가미된 브릿팝, 임도혁은 R&B 솔에 특기가 있다.
곽진언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보컬 능력뿐 아니라 곡과 무대를 해석하는 프로듀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고 하자 "감사합니다. 종말 좋은 것 같아요"라고 반겼다. 다른 두 가수와 구별되는 매력에 관해 묻자 "나은 점이 몇 개 없어요. 목소리가 두꺼운데 장점일 수고 있고 단점일 수도 있죠. 악기 이것저것 다루는 것 말고는 별로 없네요"라고 웃었다.
김필은 음악과 삶에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성대결절을 겪은 그는 특히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모리슨(30)을 존경한다. 모리슨은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를 앓았으나 이를 극복했다. 이 병 때문에 목소리가 허스키해졌는데 보컬 특유의 매력으로 거듭났다. "성대결절이 왔을 때 알게 된 가수예요. 내가 이 목 상태로 노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모리슨을 알게 됐죠. 그렇게도, 갈라지는 목소리로도 노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저도 갈라지는 목소리를 보컬에 접목했죠." 심사위원인 가수 이승철은 거칠면서도 날카롭게 찌르는 김필의 보컬을 '고드름'에 비유하기도 했다.
체중 100㎏이 넘는 산만한 덩치의 임도혁은 3차 예선 때보다 8.9㎏ 빠졌다면서 방송 때처럼 싱글벙글했다. "숙소에서 샐러드만 먹는데 23년 만에 처음으로 탄수화물이 공급이 안 돼 예민한 시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외모보다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허각'으로 통하는 임도혁은 "일부러 살을 빼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외적인 모습도 중요하지만,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노래로서 그것(편견)을 바꾸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슈스케6'는 세 사람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기회를 줬다. 곽진언은 "출전한 이유는 저를 알리고 싶었고, 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면서 "저를 알렸고 좋은 음악 동료들도 얻었고요. 앞으로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30대가 되면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 인색해질까 두려웠다는 김필은 "저 자신이 했던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 말고는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슈스케6'을 통해서 많은 분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슈스케6'에 잘 지원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무엇보다 음악 하면서 밥값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해요."
임도혁은 한마디로 표현해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이렇게 잘하는 가수들을 동료로 만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잃은 것 없는 것 같아요."
특히 곽진언과 김필은 역대 '슈스케'에서는 이례적으로 인디 감성을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슈스케6' 심사위원 간담회에서 윤종신은 "곽진언·김필 같은 비주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관심을 받는 걸 보면 참 놀라워요. 이 친구들이 2에 나왔으면 과연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는 생각도 들고요. 대중이 정서적으로 가요를 듣는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곽진언은 "노래를 하는 사람이 마음을 다하면 어떤 장르도 진심으로 통할 것"이라면서 "제 스타일을 포크로 한정 짓기 보다 그냥 많은 분이 들을 수 있는 곡을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에서 자신이 제대로 활약한 적이 없어 '인디 뮤지션'이라는 수식어는 다른 인디 뮤지션에게 미안하다는 김필은 "진솔하다고 느껴지는 음악을 선곡했고 그 곡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부르고자 했다"고 전했다.
특히 톱5 진출전에서 탈락했다가 심사위원들의 '슈퍼패스'로 살아난 임도혁은 지난 방송에서 김범수의 '바보 같은 내게'를 불러 시즌 최고 기량을 뽐내며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생방송 내내 탈락의 고비가 많았던 그는 "그래서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고 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 중인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김범수 선배님처럼 노래로 인정받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눈을 반짝였다. 대체복무는 내년 9월에 끝난다.
상금 5억 원을 거머쥐는 사람은 단 한 명이다. 세 사람 모두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것 없지만 "우승에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가 공연장을 대관해서 무료로 공연을 열고 싶다"(곽진언), "다는 아니지만, 일부분은 제가 음악을 잘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요."(김필), "일부는 저의 건강을 위해, 나머지는 작업실과 부모님이 생활하실 단독 주택을 마련하고 싶어요."(임도혁)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이처럼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그러나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감정 전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신의 노래를 하지만 거기에 담긴 노랫말과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듣는 사람의 여백을 채우고자 한다.
그래서 '당신만이'의 울림이 가능했다. 서로 뚜렷한 색깔이 절묘한 화성을 냈다. 곽진언은 말했다. "서로 공간을 비워두고자 했죠. 서로의 색깔에 대해 배려를 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하하."
준결승은 14일 오후 11시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치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