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의 김동욱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리온스는 13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전태풍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73-67로 승리했다.
전태풍의 공백을 메운 이현민과 최진수 등이 제몫을 했지만 김동욱이 특히 돋보였다. 10점 5어시스트의 수치적인 기록보다 KT의 주포 조성민을 꽁꽁 묶은 게 인상적이다.
지난 11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24점을 몰아쳤던 조성민은 이날 김동욱의 타이트한 압박에 막혀 11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김동욱의 올 시즌 연봉은 지난 시즌보다 1억원 삭감됐지만 3억5000만원으로 고액 연봉자다. 주장도 맡았다. 누가 봐도 팀에 중심이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분위기를 흐리는 주범이었다. 코트 안팎에서 계륵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팀 내 최고참인 전형수에게 주장자리를 내줬다. 시즌 중에 주장을 교체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난 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불미스러운 일로 팬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김동욱은 "나 때문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다. 갑자기 주장이 바뀌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거기에 삼성전에서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쳤다"며 "고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마산고 시절부터 '게으른 천재'로 불렸던 김동욱은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지만 동시에 욕도 많이 들었다. 열심히 하지 않고,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이 잦았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장면도 많았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10kg 이상 감량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밸런스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고 성적까지 곤두박질치자 또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후배들은 김동욱의 눈치를 봐야 했다.
김동욱은 "시즌 초반에 여러 가지로 못하고 해를 끼쳤던 것을 생각하면 만회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판이다"고 했다.
삼성전에서 홍역을 앓은 김동욱은 이후 3경기에서 평균 15.7점 4.3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패스 욕심보다 공격에 적극적이었다.
오리온스는 13일 현재 10승14패로 중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6위 인천 전자랜드(11승13패)와의 승차가 1경기에 불과해 반등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오리온스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전자랜드·안양 KGC인삼공사·원주 동부와의 3연전을 남겨뒀다. 중위권 판도와 오리온스의 시즌 행보에 있어 의미가 큰 경기들이다.
김동욱은 "쉬운 상대가 하나도 없다"면서도 "모두 이겨야 3라운드를 6승3패로 마칠 수 있다. 그동안 못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전력투구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말뿐이지 않았으면 하는 게 오리온스의 팬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