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우리나라를 공식방문한 리센룽(Lee Hsien Loong) 싱가포르 총리와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통상협력과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 촉진을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항공서비스협력도 확대키로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그동안 싱가포르가 TPP의 발전을 위해 보여준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현재 추진 중인 TPP 참여국과의 예비 양자협의에서 싱가포르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리 총리는 "한국의 TPP 참가를 환영한다"며 "한국의 참여를 통해 TPP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이 2006년 체결한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리 총리는 현 시점에서의 보완 및 발전 방향을 더욱 긴밀히 협의하고 항공서비스협력도 확대해 나갈 것을 희망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한·아세안(ASEAN) FTA 추가자유화 협상을 통해 양국이 호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내년 상반기 개최 예정인 한·싱가포르 항공회담을 통해 양국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창조분야 모범사례 공유 추진
경제협력과 관련해 우선 양국 정상은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과 싱가포르의 지식기반 경제정책이 창조와 혁신을 중시하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창조 분야의 모범사례를 공유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리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보건산업진흥원과 싱가포르 과학기술청이 바이오·의료 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 "한·싱가포르 국제공동연구협력센터(MTDC)가 내년 중 싱가포르에 설립된다면 양국간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R&D 협력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국이 이날 체결한 협력 MOU는 MTDC의 싱가포르 설치, 각 측이 250만달러씩 부담하는 공동연구 투자기금 조성, 상호 학생 인턴십 프로그램 및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 추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양국 정상은 내년 창조경제 협력의 장기적 제도화를 위하여 '과학기술공동위원회' 개최를 추진키로 하고 공동위에서 과학기술, 방송, 통신 등 창조경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리 총리는 벤처·중소기업 협력과 관련해 "싱가포르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다수의 산업공단을 설치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이 공단에 진출하는 방안을 제안키도 했다.
투자 분야에서의 협력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테마섹(Temasek) 등 싱가포르 투자기관들이 우리의 유망 벤처·중소기업에 투자를 확대한다면 양국간 상생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리 총리는 "싱가포르 기업들이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싱가포르 정부 차원에서도 투자 확대를 적극 권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내년 1월 싱가포르에서 개최할 예정인 '대(對)한국 투자 로드쇼'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으며 리 총리는 이에 대한 지원 용의를 표명했다.
◇싱가포르 건설 사업 참여 확대 모색…금융 등 제3국 공동진출도
건설협력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의 중요한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해 온 점을 언급하고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톰슨(Thomson) 라인 공사, 투아스(Tuas) 지역 항만매립공사 등 주요 건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건설 사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를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싱가포르 인프라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싱가포르가 가진 우수한 금융·물류 네트워크와 우리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제3국 및 세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싱가포르가 추진중인 중국 및 동남아 지역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에 우리 건설업체의 참여를 지원하고 우리기업이 동남아·중앙아 지역에 투자중인 대규모 인프라·플랜트 프로젝트에 싱가포르 금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구체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년 12월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리 총리는 "특별정상회의에 꼭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실질적 성과 도출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답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과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인 리 총리 간의 회담이라는 점에서 '부녀 대통령'과 '부자 총리' 간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두 정상은 10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3 및 동아시아(EAS)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양자회담을 가졌으며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08년 7월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자격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만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