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서울 도심 곳곳에 하늘색 택시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빈차'라는 알림표시기와 차체 윗부분에 갓등이 달린 것을 보면 영락없는 택시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위해 투입한 친환경 전기택시 이야기다. 일부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 택시를 타보는 것은 아직 쉽지 않다. 총 숫자가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전기택시를 현장에 투입한 것은 이달 1일부터. 시범 운영기간은 내년 4월까지 8개월 간 예정돼 있다. 이번 사업에는 우수 택시운송회사로 꼽힌 고려운수와 문화교통이 참여업체로 선정됐다. 양 사에 각 5대의 전기택시가 배정됐다.
뉴시스 취재진은 지난 24일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고려운수를 찾아 전기택시를 직접 시승해봤다.
처음 마주한 전기택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전기차 'SM3 Z.E.' 모델이었다.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하늘색을 주 바탕으로 꽃담황토색 포인트를 줘 서울택시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일반택시는 중형차량인 반면 전기택시는 준중형 모델로 적용됐다. 때문에 뒷좌석 탑승 시 일반택시보다 레그룸(차량 탑승자가 시트에 앉았을 때 다리가 놓이는 공간)이 약 5㎝ 정도 좁다. 하지만 겉에서 보이는 차량의 전체 길이는 차이가 없어 보였다.
고려운수 관계자는 "전기 배터리 공간이 많이 차지하다보니 전장(전체길이)이 기타 준중형 차량보다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기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경력 10년의 운수종사자 전재원 씨 차량에 탑승해 본격 시승에 나섰다.
전 씨는 택시에 탄 기자에 "얼마 전에는 중국 공영방송 CCTV에서도 (전기택시를) 취재하고 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시동을 걸자 으레 느껴지던 진동과 '부릉~'하는 소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보조석 승차감은 일반 택시와 다른 점이 없었으며 뒷자석의 경우 다리를 놓는 공간이 약간 좁다고 느껴지는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는 구조였다.
시승 코스는 용답동 고려운수 차고지에서 출발해 내부순환로~동부간선로~강변북로~용산구 이촌동~이태원~남산~서울시청까지 오는 코스였다.
택시기사가 가속페달을 밟자 초음속을 가르는 듯한, 비행기가 이륙할 때 들리는 소리와 비슷한 엔진음만 들릴 뿐 그 외 잡음은 없었다.
이촌동 언덕길을 오를 때에는 일반 택시보다 전기택시의 가속 및 탄력이 더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기차는 기존 차량과 다르게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엔진으로 출력되기 때문에 가속력이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연료비용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일반 LPG택시는 1일 70ℓ를 사용할 경우 연료비 6만3000원(유가보조금 제외)이 드는데 비해 전기택시의 1일 전기요금은 83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료비가 매우 저렴하고 대기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이 전기택시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 외에 몇 가지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배터리량이 넉넉치 않다는 점이다. 아직 배터리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탓이다. 한 번 완충으로 130㎞를 달릴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80㎞ 정도 달리면 일반 차량의 급유등이 깜빡거리듯 충전 알림표시가 뜬다.
1회 완충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전기택시 기사들은 오전·오후를 통틀어 5번 정도 충전을 한다. 야간 운행을 할 경우에도 3번 정도의 충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충전시간은 오래 걸리면서 주행거리는 짧다는 단점이 상존하는 셈이다.
또 충전 인프라가 많지 않아 도심에서 업무 중이던 택시기사들이 충전소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 씨는 "충전소까지 가는 시간에다 1시간의 충전시간까지 더하면 오전 영업시간 중 2시간은 영업을 못한다" 며 "서울시내에 전기차 충전기가 백화점, 대형마트, 대형병원 등에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 공간에 다른 차량이 주차를 해놓아서 가더라도 허탕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유로 전기택시 운수종사자의 수입은 일반 택시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다. 전 씨는 "일반 택시를 몰았을 때보다 약 30~40만 원 정도는 부족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심야 장거리 운행이 어렵다는 점도 해소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 어지간한 거리는 가능하다지만 서울 외곽으로 나가면 충전 가능한 곳이 드물기 때문에 남은 주행거리가 애매한 경우에는 손님을 못 태울 수 밖에 없다.
전 씨는 또 "이용요금은 기본 3000원이고 이후 142m당 100원(시간요금은 35초당 100원, 15㎞/h 미만 시에만 적용)으로 일반 택시와 같지만, 요금이 비싼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며 "시범 단계이다보니 홍보가 부족해 사람들이 전기택시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전 씨를 비롯한 전기택시 운전자들은 남산공원에 전기버스가 올라가듯 전기택시도 드나들 수 있게 해줘야한다는 것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남산에는 자동차 출입으로 인한 공해예방 차원에서 친환경 전기버스가 1시간에 1대 꼴로 공원에 진입하는 상태다. 하지만 전기택시는 아직까지 통행료 2000원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전 씨는 "남산 공원 안에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다"며 "팔각정에 임시 승차장이라도 만들어 전기택시가 자연스레 다닐 수 있게 하면 손님들도 택시기사도 서로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두 회사에 차량비, 전기요금, 충전 인프라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의 새차 가격은 4150만 원, 차량 지원액만 4억1500만 원 선이다. 이후 시범사업 참여업체에서 전기택시를 구매할 의사가 있을 경우 1대 당 125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평가사업자인 서울시립대학교와 함께 경영·재정, 환경적 측면 등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해 전기택시 상용화 가능 여부를 시험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