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전도연)·종배(고수) 부부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이지만 주위를 살뜰히 챙기고 카센터를 운영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하지만 사람 좋은 남편이 아내 몰래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은 2억원의 빚이 돼 돌아왔다. 당사자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죽고, 부부와 딸은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지하 단칸방에 새 살림을 차렸다. 이 방값마저 제때 내지 못하는 쪼들림에 부부는 삐걱거렸다.
이때 남편의 후배 '문도'(최민철)가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만 해주면 400만원을 챙겨 주겠다고 꼬드긴다. 정연은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스스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권에 처음 도장이 찍히던 날, 정연은 마약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됐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대서양 건너 1만2400㎞ 지구 반대편 프랑스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유배됐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 운반범으로 체포돼 대서양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갇혀 756일을 산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방 감독은 전도연의 억울한 사연과 함께 자국민 보호하는 임무를 외면한 주불한국대사관의 행태에 주목했다.
"존경하는 영사님, 남편이 서문도가 잡혔다고 하는데 왜 저는 아직도 재판을 받을 수가 없는 걸까요? 제발, 4개월 뒤에는 서문도의 재판 서류도, 통역도 구해주세요. 간절히 애원합니다."
서문도의 자백은 정연이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지만, 다른 문서들과 함께 사무실 구석에 처박혔고 정연의 재판은 한없이 미뤄졌다. 그 시간 대사관 측은 의원들을 접대하기 위해 최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재판에 어려움을 겪는 정연이 통역원을 요구하지만 이마저도 '국고 낭비'라는 핑계로 일축당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 자체가 고통일 지경이다. 관객들은 정연의 삶에 감정을 이입해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격분하게 된다. 방 감독은 대사관의 반론은 덜어내고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작정하고 고발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함께 아파하고 눈물짓고 분노할 수 있는 데는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공이 크다. 전도연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고뇌하는 아줌마, 딸을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 국가에 버림받고 쓰러져가는 죄 없는 죄인의 모습을 온몸으로 열연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목 늘어난 티셔츠에 푹 파인 눈, 후반부로 갈수록 기력을 잃고 말라가는 몸도 노력의 결과물이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점점 잃어가는 눈빛도 관객을 압도한다. 이 영화는 왜 전도연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길게 느껴질 수 있는 131분 러닝타임이 전도연의 연기에 빠져 빠르게 지나간다. 15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