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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10회 시한부가 어떻게 주역됐나?…'왕가네식구들'

연예뉴스팀 기자  2013.12.11 08: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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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집에 세제도 떨어졌네요. (웃음)"

스마트폰 속 일정표가 빼곡하다. 네 살 아이의 유치원 접수, 출산 후 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과의 모임, 주민자치센터 종이접기 수업 접수, 케이블채널 부가서비스 해지….

탤런트 김윤경(34)은 바쁜 평일을 산다. "평범하게 키우려고 한다"는 육아부터 "결혼하고 첫 선물로 종신보험을 들어주더라"는 남편을 내조하는 것으로도 하루가 짧다.

"정부지원을 받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이상하게 보죠. '왜 이런데 보내느냐고'도 물어요. 그럼 저는 되물어요. '그럼 당신들은 왜 여기 보내는 거냐'고요. 부모의 직업이 특별한 거지 일상은 똑같아요. 특별대우하지 않으려 해요."

주말은 또 어떤가.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출연, 유부남 '허세달'(오만석)을 유혹해 '왕호박'(이태란)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야 한다. 그 대못을 빼기 위해 최근 방송에서는 '허세달'의 뺨을 다시 후려쳤다. 빨간 립스틱, 화려한 의상을 입는 '은미란'이다.

이 '은미란' 때문에 더 바빠졌다. 1998년 그룹 'R.ef'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이후 첫 악역이라지만 발에 맞는 구두를 신은 '신데렐라'처럼 눈에 띈다. 길을 걷다 드라마를 즐겨보는 아주머니에게 등을 맞을 정도다. 데뷔 15년 만에 새삼 다시 주목받는 '신데렐라'가 된 셈이다.

"원래 착한 이미지였어요. 실제로 어려서부터 순하기도 했죠. 주변에서 모두 걱정할 정도였어요. 식당에서 물도 못 시켰거든요. 남편과 연애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죠. 아마 결혼하기 전에 이런 역할이 들어왔으면 못했을걸요?"

지금까지 연기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선뜻 출연을 결정했다. "지난 15년보다 앞으로의 15년이 더 바쁘고 길고 창창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어요. 지난 15년은 겁먹고 포기한 것도 많았죠. 잘 못할 것 같은 역은 시도하지도 않고 포기하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겁쟁이가 아니에요. 잘 못하더라도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신인이 된 듯 오래 '은미란'을 준비했다. "주변에 비슷한 캐릭터를 보면서 연구했어요. 사진을 찍고 목소리 녹음해서 따라하기도 하고 흉내내기도 했죠. 제 주변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지만 드물게 있는 '은미란' 캐릭터를 찾아서 관찰하기도 했어요."

캐릭터 분석과 준비는 먹혀들었다. 제작진도 시청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은미란'을 쉽게 하차시킬 수 없었다. "감독님이 '은미란'은 원래 10회까지만 나올 계획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출연료 생각 안 하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서 도전했는데 이야기의 중심이 됐죠."

"머리스타일을 바꾸니까 다들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며 활짝 웃는다. 한류 붐이 일기 전 일본에 진출, 버티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온 날들도 추억이다. 그녀는 많은 돈을 가졌지만 헛헛한 삶을 사는 드라마 속 '은미란'보다 행복하다.

"물론 기회를 잘 잡았으면 스타가 됐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지금 같은 행복한 일상은 없었을 것 같아요. 김장 담글 준비를 하고 시래기를 곳곳에 널어놓고, 이런 게 사람 사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