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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효성 탈세·비자금 의혹' 조석래 회장 소환

탈세, 비자금 의혹 등 추궁…내일 오전 11시 재소환

김승리 기자  2013.12.10 22: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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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및 횡령·배임, 비자금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이날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한 조 회장을 상대로 역외탈세, 계열사 자금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국외재산도피, 위장계열사 내부 거래 의혹 등을 캐물었다.

특히 조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총수로서 자금 관리·집행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과 같은 부당한 지시를 내렸는지, 세무당국 신고누락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장·차남의 회삿돈 횡령을 묵인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10여년에 걸쳐 계열사의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축소 처리하는 등 1조원대 분식회계로 수천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90년대부터 주식을 타인 명의로 보유하는 등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양도세를 탈루하고, 그룹 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 오너 일가에 대한 불법 대출을 지시한 의혹도 사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나 특수목적법인, 홍콩·싱가포르 등 현지 법인을 동원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역외 탈세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법인과 페이퍼컴퍼니에서 불법 외환거래나 국외재산은닉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이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거나 임원에게 지급한 상여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등 차명계좌 210여개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증식·세탁했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특히 효성그룹은 1996년 효성물산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인 '효성 싱가포르'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수백억원을 대출받고 임직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홍콩에 설립, 외국인 투자자로 가장해 국내 주식을 매매한 의혹이 짙다.

조 회장 일가에서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효성캐피탈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의 세 아들에게 모두 4152억원을 대출해주는 등 오너 일가와 임원, 계열사 등에 모두 1조2341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밝혀졌다. 장남 조현준(45) 사장에게 가장 많은 1766억원을 대출해준 것을 비롯, 차남 조현문(44) 전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42) 부사장에게 각각 1394억여원, 990억여원을 대출해줬다.

총수 일가의 재산관리에 깊이 관여한 효성그룹의 고모 상무와 최모 상무도 효성캐피탈에서 714억여원을 대출받았으며 대출금이 조 회장 일가의 금융계좌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차명대출을 통해 회사 측에 거액의 손실을 끼쳤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출내역과 자금 흐름, 사용처를 집중 분석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44분께 서울중앙지검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으로부터 '법인세 탈루 의혹과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무표정으로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짧게 답한 뒤 부축을 받으며 조사실로 걸어 들어갔다.

조 회장은 검찰에서 분식회계 및 탈세 등 일부 혐의사실에 대해선 그룹 총수로서 책임을 인정했지만 환율 급등으로 인한 적자를 피하기 위해 경영상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삿돈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시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이날 자정 전후까지 조 회장을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건강 문제를 고려해 이날 저녁 비교적 일찍 조사를 마치는 대신 11일 오전 11시 재소환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로 지난 10월30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데 이어 지난 5일 부정맥 증세로 다시 입원했다. 조 회장은 전날 주치의 소견과 변호인단 의견 등을 종합해 소환에 응했으나 병세는 여전히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조 회장과 세 아들, 임직원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진술내용, 증거자료 등을 비교 검토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인 조 회장을 소환한 만큼 이번달 내에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고 조 회장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일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효성그룹의 각종 비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 회장 등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조 회장의 고령, 건강문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최근 대기업 총수의 비리에 대해 엄벌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조 회장과 장·차남, 고위 임원 중 1~2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2009년 4월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한 차례 소환된 바 있으나 사법처리되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 회장에 대한 신병처리는 조사내용 등을 검토해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조현상 부사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소환이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말 서울지방국세청은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1조원 이상 분식회계, 3651억원 규모의 탈세 혐의를 적발하고 조 회장과 이상운(61) 부회장 등 경영진을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달 초 조현문 전 부사장(미국변호사)에 이어 27일 이 부회장, 28~29일 조현준 사장을 잇따라 소환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