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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애물단지' 전락 中校 진로체험프로그램

강신철 기자  2014.09.10 09: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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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중학교 교사들로부터 진로체험 성격의 방문 요청을 받을 때마다 고민입니다. '입시설명회' 형식의 프로그램밖에 없다고 해도 오겠다는 학교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만 보내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시내 중학교 150여곳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연계 중1 진로탐색집중학년제' 시범운영을 시행한 가운데 이들 중학교를 중심으로 진로체험 성격의 방문 요청이 늘면서 대학가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일선 중학교 관계자들로부터 방문 관련 문의를 받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방적인 요청이 대부분이다 보니 대학 측으로서는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입시설명회 성격의 프로그램밖에 없어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하거나 그래도 오겠다고 할 경우 자체적으로 돌아보고 가는 정도로 절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중학생이 단체 방문을 할 때 대학 측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캠퍼스 투어와 입시전형 설명회 등이 전부"라며 "각 학과의 협조를 얻어 진로체험과 전공을 연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학생들을 안내하는 일을 주로 학교 홍보대사 학생들이 맡는데 통제하기도 힘들어 대학 입장에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몇몇 학교는 방문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아예 '중학교는 받지 않는다'고 단칼에 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 방문 요청 전화를 걸어온 한 중학교 교사는 '다들 거절해서 장소 섭외가 너무 힘들다'며 한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장의 볼멘소리를 의식한 듯 시교육청은 기업 및 학교 등과 업무협약(MOU) 등을 체결하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세밀한 준비 없이 진행된 탓에 아직은 일선 교사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진로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인프라가 아직 약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진로 체험' 목적에 맞는 장소보다는 대학교나 관공서 등 상대적으로 섭외가 쉬운 곳을 찾게 되고 대학이나 기업은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여건이 못 돼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로개발에 도움을 주자는 근본 취지에 맞게 운영하려면 학생의 입장에 서서 실질적인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