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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자살·범죄 유혹에 빠진 이웃들…해법 없나?

강신철 기자  2014.09.07 14: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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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8월7일 경남 거제시청 화단 앞에서 이모(78)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할머니가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병과 유서가 든 가방이 있었다. 유서에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더 이상 살 수가 없다…사람이 법을 만드는데 이럴 수 있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할머니는 거제시청에서 약 30만원의 보조금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해오다 부양의무자인 사위가 취직을 하면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설 연휴 다음날인 2월1일 오전 8시께 강원 춘천시 석사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도 6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이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해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결론지었다.

#대구에 사는 독거노인 신모(81)씨는 지난 2012년 1월부터 최근 6월까지 신축 공사현장을 돌며 전선과 동파이프를 52회에 걸쳐 훔친 뒤 도로 내다 팔았다가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신씨가 경찰에서 밝힌 범행 동기는 '생활고(苦)'. 신씨는 30여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돼 기초생활수급비와 노령연금 등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자 장물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 생활비로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고모(52)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고씨는 전북 군산시의 한 마트에서 쌀 2포대와 커피 1개 등 20만50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훔쳤다.

계산대 직원들이 바쁜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르다 마트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범행 장면이 찍혀 경찰에 붙잡혔다.

고씨가 털어놓은 범행동기는 "생활을 꾸려가기가 버거웠다"는 것.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간 욕심이 나서 범행하게 됐다"며 잘못을 뉘우쳤다.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 끊는 까닭은

경제 위기가 서민들, 특히 노인들의 삶을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전체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자살 성공률(31.8%)은 타 연령층에 비해 4배 가량 높다. 음독·투신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자살하는 탓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0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 시도는 2010년 59건에서 지난해 146건으로 2.5배 증가했다. '70세 이상~80세 미만' 연령대의 자살 시도도 같은 기간 165건에서 251건으로 1.5배 뛰었다.

노인들은 타 연령대보다 경제적 활동이 현저히 적은데다 거동까지 불편해 생활이 어려워지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충동적인 자살 시도가 아닌 계획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모두가 들떠있는 명절일수록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나 빈곤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잠재돼 있던 자살 욕구를 실행해옮기는 경우가 꽤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 봤고, 이중 1명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꼽은 비율이 30.9%나 됐다. '건강 악화'(32.7%)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김 의원은 "자살 위험에 노출된 개인이 처한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성별·연령별·계층별·자살동기별로 범정부적인 자살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들의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생계형 범죄 눈에 띄게 급증

생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범죄의 늪에 빠져드는 이웃들도 상당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지른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6만1967건에서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7만4867건, 9만7334건으로 급증했다가 경제가 회생 기미를 보이면서 2010년 7만8970건으로 줄었고, 2011년에는 6만4436건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생계형 범죄는 2012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 추세다.

경찰청 관계자는 "생활고를 겪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을 생계형 범죄와 자살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 침체'를 꼽는다.

경기 침체로 소득과 일자리가 줄다보니 생계비와 이자 부담이 늘었고, 파산 직면에 놓여 살길이 막막해지자 범죄나 자살이란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경기 위기와 사회 문제는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영세자영업·일용직 등 비정규직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장 경제상황이 나아지기 힘든데다 복지예산 범위와 규모를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실업급여·개인 파산신청 등 기존의 제도라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