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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세상 남자들이여 당신도 '창수'다…찌질한 허풍

연예뉴스팀 기자  2013.12.09 08: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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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이 고향"이라고 하자 하이파이브가 돌아왔다. 분위기가 일순간 풀렸다. 배우 겸 가수 임창정(40)과의 만남이다. 한참 동안 고향얘기를 주고 받았고, 임창정은 '고향오빠'가 됐다.

임창정이 2년반 전에 찍은 영화 '창수'를 들고 왔다. 오래 묵힌 작품이지만 홍보를 게을리하는 법이 없다. 이날도 가수 활동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귀국즉시 인터뷰 장소로 왔다. "자식이 열 명 있는데 '창수'는 내가 더 보살펴줘야 하는 자식이야.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라는 마음이다.

"오빠의 삶이 '창수'야, 삶의 반을 남의 인생만 살았어"라며 창수의 삶에 공감했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해 줄곧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해 온 그다. 남의 징역을 대신 사는 '창수'와 묘하게 겹친다. 임창정은 창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전체적인 느낌은 나와 '창수'가 다르다. 어쨌든 지금은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또 나는 하고 싶은 꿈을 좇아 이 자리까지 왔다"고 분리했다. 그러면서도 "이 일을 시작하고 10년 동안 고생을 했다. 별의별 수모를 겪고 영화 같은 10년을 보내고 나서야 빛을 보게 됐다. 그렇다고 계속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죽을 때까지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차례로 겪으며 사는 게 남자이자 우리다."

"'창수'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은 억울하지만 내 뜻대로 못사는 경우가 많다. 내 자식, 부모, 아내,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억누르고 참고 산다. 영화 대사 중 '내가 맘대로 못 태어났지만 죽을 때는 맘대로 죽어보고 싶다'는 게 '내 것'을 표출하는 속내다. 보통남자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부산영화제 때 남성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못 일어났어. 창수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동시에 나 자신이 불쌍해진 거지."

그럴듯한 포장이다. 하지만 영화 속 '창수'는 찌질하다. 절친한 동생 '상태'(정성화)에게 "집을 사주겠다"며 허세를 부린다.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죽인 '도석'(안내상)을 복수하러 찾아가지만, 이마저도 엉성하다. 약을 타다 들키고, 식칼이 아닌 과도를 챙기는 게 순진하면서도 바보같다.

하지만 임창정은 "남자들은 다 미워할 수 없는 허세와 허풍이 있다"며 창수를 이해했다. "허세와 허풍을 두 세 번 반복하면 세뇌돼 진짜인 줄 안다. 이러한 남자들의 돈키호테 같은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에도 도석에게 '여자 때리지 말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찌질해 보여도 스스로는 정말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임창정은 "생활 속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창수'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대사도 안 외우고 '창수'만을 생각했다. 연기 연습을 한 번도 안 했다. 대신 리허설을 할 때 내 연기를 찍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뭐든지 처음 해볼 때가 진정성 있고 그 사람처럼 느껴진다. 연습하면 대사가 생각나고 동선을 계산하는 등 이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영화도 '임창정의 영화'로 정의됐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새삼 입증한 셈이다. 연기를 시작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아직 내 인생, 내 연기를 단정 짓기에 너무 작은 존재"라며 겸손해했다. "내가 80살까지 산다면 내 인생은 그 위치에 있는 임창정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80세의 임창정만이 나를 회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때의 친구가 봤을 때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나는 지금에 충실하며 살면 돼. 많이 웃고, 힘든 일은 빨리 털어내고 하면서 말이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