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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자란 유튜브 소녀, 가브리엘 애플린…'잉글리시 레인'

연예뉴스팀 기자  2013.12.09 08: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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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국에 영국 감성이 내렸다. 스물한 살의 나이에 비의 정서를 노래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가브리엘 애플린의 데뷔 앨범 '잉글리시 레인(English Rain)'이다.

"악기를 배우기 전부터 시나 글을 쓰는 걸 좋아했어요.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죠. 14세 때 본격적으로 악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써왔던 시들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포크 뮤지션 밥 딜런, 조니 미첼 등 깊이 있는 가사의 노래를 어린 나이에 즐겼다. "가사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가사가 좋으면 전체 음악이 좋을 거라 생각"하는 이유다.

"글은 책으로 몇 권 만들 정도로 많은 양을 썼어요. 음악 만들기 전에 글을 쓴 다음에 음악을 입히는 편이죠. '하우 두 유 필 투데이(How do you feel today)?'는 예전에 쓴 글을 음악에다 고스란히 얹은 노래입니다."

지난 6일 프로모션차 한국 땅을 밟기 오래 전, 그녀는 열다섯 살에 이미 유튜브 스타였다. 친구의 제안으로,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올리기 시작한 영상 속 그녀는 발랄하게 다른 가수들의 곡을 커버한다. 케이티 페리, 아델, 더 킬러스 등의 곡이 그녀의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영상을 지금 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아직도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지우지 않고 있어요. 또 그걸 보면서 예전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때보다 지금 많이 발전했어요. 목소리가 확연하게 달라요. "

영상을 추천하는 사람이 늘었고 유튜브 속 앳된 가브리엘의 모습도 많아졌다. 그녀도 댓글로 신청곡을 올리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이 즐거웠다. 자신감을 품고 자신의 레이블 '네버 페이드(Never Fade)'를 설립, 데뷔 앨범 전 EP를 발매하며 가능성을 살폈다.

2010년 지역 방송 출연 등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으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5곡이 수록된 EP 앨범은 영국 아이튠스 앨범 차트 25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다. 그리고 이듬해, 영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무대에 설만큼 주목받았다.

"제가 서 본 무대 중 가장 큰 무대였어요. 글래스톤베리가 열리는 곳이 제 고향이거든요. 고향에 보컬 아티스트로 서게 된 셈이죠. 그 무대에 2013년 다시 섰어요. 고향에서 하는 페스티벌이어서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청아하면서도 깊이를 가진 목소리가 장점이다. 데뷔 앨범 '잉글리시 레인'은 이런 그녀의 가능성을 본 14곳의 레코드 레이블 중 밴드 '콜드플레이'가 소속된 '팔로폰'과 손잡은 첫 결과물이다.

어쿠스틱 악기들이 주축이 된 단출한 사운드 위에 그녀가 오래 써온 글을 얹은 80여곡 중 12곡이 담겼다. 지난해 리메이크해 UK 차트 1위를 기록한 영국 밴드 '프랭키 고스 투 할리우드(Frankie Goes to Hollywood)'의 '더 파워 오브 러브', 읊조리듯 부른 '홈' 등이다.

앨범 속 가브리엘은 날카로운 고음으로 가창력을 뽐내던 유튜브 속 소녀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매일 매일이 휴가 같다. 투어가 일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 하고 싶은 일을 잔뜩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며 큰 눈을 반짝이는 그녀는 5년 전 유튜브 속의 소녀와 닮았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인과 이야기하던 그 시절, 음악을 마주하던 마음도 여전하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음악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