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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조승우, 그가 우리에게 꿈과 희망 준다…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연예뉴스팀 기자  2013.12.09 08: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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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공연은 삶을 살아갈 힘을 준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그 힘에 의지까지 얹는다. '임파서블 드림'(이룰 수 없는 꿈)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건넨다.

'이룰 수 없는 꿈'은 '맨오브라만차'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이자 널리 알려진 곡이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병상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던 '돈 키호테'가 '알돈자'의 목소리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 노래를 부를 때의 감흥은, 놀랍다. 그가 미친 게 아닌 열정에 취한 인물이라는 점이 새삼스러워지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맨오브라만차'는 이번이 6번째 시즌이다. 수요자들은 볼만큼 봤다. 최근 공연계를 장악한 대형 무대장치와 LED 영상 등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그래도 관객이 꾸준히 들어선다. 블록버스터 신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뮤지컬 티켓 예매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재관람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가 닿을 수 없는 이상을 향한 열정, 거기에 연민이 범벅이 된 이야기와 음악이 묵직한 감동을 안기기 때문이다. 애절한 사랑, 거대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그 어떤 작품보다 명치가 뻐근해진다.

이를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이다. 특히 2007년 이후 6년 만에 '맨오브라만차'에 출연한 뮤지컬스타 조승우(33)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작품을 "내 인생을 바꾼 뮤지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조승우는 자신의 가치를 새삼 입증하고 있다.

'맨오브라만차'는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의 소설 '돈키호테'가 바탕이다. 감옥으로 끌려온 시인 겸 극작가, 세무사인 '세르반테스'가 자신이 쓴 희곡 '돈키호테'를 죄수들과 함께 공연하는 극중극이다. 조승우는 세르반테스와 극중극의 주인공 돈키호테를 맡아 1인2역한다.

죄수들의 캡틴 '도지사'(서영주)가 종교 재판으로 감옥에 들어온 세르반테스의 원고를 불태우려는 찰나, 그는 이를 막고자 자신을 변호하는 공연을 벌인다.

세르반테스가 허름한 갑옷을 갖춰 입고, 하얀 서리가 내린 머리와 수염을 붙이면서 돈키호테로 점점 변하는 순간, 젊고 지적인 그가 음색과 억양 그리고 구부정한 자세 등 모든 것이 영락없는 노인으로 변할 때 그 중심에는 조승우가 있다.

그는 이때부터 막이 내려갈 때까지 변함 없이 돈키호테다. 지치지 않는 삶에 대한 돈키호테의 열정은 소멸하지 않는 조승우의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치환된다. 지금의 추레한 모습을 비쳐주는 '거울의 기사'도 소용없다. 꿈을 꾸고 있다면 말이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 역시 무엇인가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고 싶은 마음에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그 무엇을 찾는 건 스스로에게 남겨진 몫이다.

역대 모든 돈키호테와 호흡을 맞춘 그의 든든한 동반자 '산초'역의 이훈진은 이제 눈을 감고도 캐릭터를 연기할 경지에 이르렀다. 조승우를 곁에서 지원사격하며 힘을 싣는다.

2007년 '맨오브라만차'에서 산초 역을 제의 받았지만 오디션에서 돈키호테 역에 지원, 조승우와 더블캐스팅됐던 뮤지컬스타 정성화(38)도 3년 만에 돌아와 이 역을 맡았다.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 이어 네 번째다. 정성화를 개그맨으로 인식하고 있는 관객들이 많았던 2007년,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돈키호테가 사랑하는 '알돈자'는 뮤지컬배우 김선영과 이영미가 번갈아 연기한다. 산초는 이훈진과 함께 뮤지컬계의 감초 정상훈이 나눠 맡는다. '지킬 앤 하이드' 등으로 마니아층을 구축 중인 지한파 데이비드 스완이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