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화물 과적을 사실상 주도한 청해진해운의 물류팀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자라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회사의 실세로 지목되기도 한 물류팀장의 세월호 과적 결정에 대해서는 다른 부서는 물론 선박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해무팀 이사조차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6일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세월호 이준석(69) 선장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11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법정에는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 해운의 해무팀장(이사) 안모(60)씨와 해무팀 차장 박모(47)씨가 증인석에 섰다.
이들은 선박 부실 관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 등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화물하역업체, 해운조합 관계자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날은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안씨는 "물류팀장 남모씨가 구원파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맞나"라는 이준석 피고인 변호인의 질문에 "개인 사생활이라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물류팀장 남씨는 청해진해운의 해무팀 직원 홍모씨가 지난 재판에서 회사 '실세'로 지목한 바 있다.
안씨는 또 화물 선적과 관련해 물류팀과 남씨가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세월호의 복원성이 약화돼 화물을 많이 실을 경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과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물류팀이 회사의 이익창출을 하기 때문에 입김이 강해 다른 팀이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안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안씨는 이어 "물류팀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의)60~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말을 해봐야 효과가 없을 것 같고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서 그랬다"고 전했다.
뒤이어 증인석에 선 박씨도 물류팀이 주도해 세월호에 과적을 했으며 회사 매출 비중 70%를 물류팀이 담당하고 있어 부서의 입김이 강해 과적을 제지할 만한 부서와 직원들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2~3월께 김한식 사장과 팀장급이 참여한 회의에서 물류팀장 남씨에게 "화물이 과적되고 있으니 확인 좀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만, 안씨와 박씨는 세월호가 첫 취항 이후 매번 과적과 부실 고박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세월호 등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가 해무팀의 평소 업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세월호의 안전 운항을 위해 과적과 부실 고박을 왜 점검하지 않았냐는 취지의 검사 질문에는 "보고 받은 적 없다", "과적과 고박은 물류팀 업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을 샀다.
안씨의 경우 변호인의 질문에 애매모호한 답변을 이어가다 재판부로부터 "위증은 처벌된다. 오늘은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위치에 있다. 사소한 것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