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동국(36·전북)이 다시 한 번 A매치에서 포효할 기회를 잡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음달 5일(부천종합운동장)과 8일(고양종합운동장) 열리는 베네수엘라 및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22명의 명단을 25일 확정·발표했다.
지난해 6월18일 이란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0-1 패)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이동국은 1년2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서른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은 그는 9월 A매치를 통해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과 국가대표로서의 명예회복이 그 목표다.
1998년 5월16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2-1 승)을 통해 첫 A매치를 치른 이동국은 현재까지 16년 4개월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이는 1994년 3월에 데뷔해 2010년 8월 은퇴(16년 5개월)한 골키퍼 이운재(41·현 U-22대표팀 코치)에 이은 최장기간 대표팀 활동 선수 기록이다. 필드 선수 중에서는 이동국이 가장 오래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프로 선수들의 모범이 된 이동국은 그동안 A매치 99경기를 소화했다. 꾸준함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센추리클럽 가입을 단 1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만약 이동국이 9월 A매치 두 경기 중 한 경기라도 출전한다면 차범근·홍명보·황선홍·유상철·김태영·이운재·이영표·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서는 9번째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2011년 1월25일 센추리클럽 가입)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또 한 명의 '전설'을 맞게 됐다.
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이동국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바로 국가대표팀에서의 명예회복이다.
이동국은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 인생을 보냈다. 특히 국가대표팀에서 그랬다.
1998년 19세의 나이에 프랑스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으며 화려한 출발을 알린 이동국은 이후 이렇다 할 경력을 쌓지 못했다.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 연달아 낙마했고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와 16강 두 경기에 출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소속팀 사령탑인 최강희 감독의 신뢰를 등에 업고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나섰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동국은 1골을 넣는데 그쳤고 최 감독과 함께 갖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국내용 선수'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온 이동국이 1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 소집됐다. 선수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가 시원한 득점포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분위기는 좋다. 이동국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11골을 터뜨렸다. 현재 리그 득점 1위다. 도움도 6개나 올려 득점과 도움을 모두 합친 공격포인트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동국은 이후 6시즌 동안 두 자릿수 이상 득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리그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165골까지 늘렸다.
후배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이동국은 경기력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낸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세러모니를 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이동국의 A매치 마지막 득점은 2012년 11월14일 호주와의 평가전(1-2패)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