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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사랑합니다"…눈물 머금은 신도·시민들

강신철 기자  2014.08.16 1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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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사랑합니다. 비바 파파!!"

16일 오전9시8분.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운 흰색 퍼레이드 차량이 서울시청 앞에 들어서자 수백만 명의 신도와 일반 시민들이 환호성으로 일제히 반겼다.

경찰과 교황방한위원회는 군중이 운집한 장소에서 교황의 움직임에 따라 한꺼번에 발걸음을 옮기다가 압사 등 예기치 못할 사고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잇따라 내보냈다.

교황은 퍼레이드카에 오른 후 특유의 인자함이 담긴 미소를 보이며 손을 뻗어 힘껏 흔들었다. 교황을 보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에게 일일이 화답하듯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퍼레이드 중간중간 경호원의 손에 안겨 자신에게 다가온 아이들의 머리에 살며시 입을 맞추기도 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우는 아이를 보고는 환하게 웃어보이기도 했다.

교황의 몸짓 하나가 화면을 통해 전해질 때마다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손수건을 흔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미사포를 쓴 채 지긋이 교황을 바라보는 신도들도 있었다.

교황은 한국천주교의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에서 서울시청, 청계광장을 지나 경복궁 방향으로 이동했다. 차량은 시복식 제단 앞을 지나 다시 세종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이순신 동상 앞에 다다르자 교황이 탄 차량이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교황은 단원고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날로 34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김씨는 교황에게 서신이 담긴 노란쪽지를 전달하고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교황은 김씨에게 받은 쪽지를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은 뒤 그를 안아 위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박병덕(35)씨는 "이런 순간이 오길 바랬다. 광화문은 우리 정신이 살아있는 장소로, 이곳에서 교황과 유민 아버지가 만난 것은 많은 걸 의미한다. 교황은 '젊은이여 일어나라. 거리로 나가라. 너희 자신을 위해 외쳐라'라고 했다. 오늘 이 만남이 쇼에 그칠 게 아니라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광화문 앞 유족 해산 논의는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다시 퍼레이드 카에 몸을 실고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를 집전할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김상복(60·여·세례명 실비아)씨는 "교황을 보니까 좋다. 너무 좋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곁에 있던 이름을 밝히지 않은 A씨는 "벅차다"면서 울먹거렸다.

교황은 이날 오전 9시38분께 광장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