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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연기 물 올랐다…"평범한 일상, 경험해 보고 싶어요"

연예뉴스팀 기자  2014.08.04 18: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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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 별것 없었다"고 적어달라며 부탁했다. 시사 후 높아진 기대감을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이란다. 그룹 'JYJ' 멤버 박유천(28)은 생애 첫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 개봉을 앞두고 초조해했다.

시사 후 영화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덩달아 배우 박유천 연기력의 우려 또한 기우로 증명됐다. 박유천은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으로 준비기간을 포함해 7개월을 뱃사람으로 살았다. 얼굴에는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었고 입에서는 구수한 여수사투리가 흘러나왔다. 기운 옷을 입고 스크린을 활보하는 박유천의 모습에서는 무대 위 화려한 가수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았다.

"개봉을 앞두고 좋은 평이 쏟아져 나오니 며칠은 기분이 좋았어요. 지금은 너무 기대치가 올라간 것 같아 오히려 더 걱정돼요. '동식, 별로였다'고 기대감을 떨어뜨리면 좀 괜찮을까요?"라며 웃었다. 첫 시사 때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낯설었다. "민망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내 연기를 보는데 빨리 뛰쳐나가고 싶었다"는 심정이었다.

"이번 작품은 운이 매우 좋았다. 좋은 선배님들, 심성보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의 좋은 디렉션을 받으면서 촬영했다. 앞으로 이런 현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고 고마워했다.

"영화 현장이 처음이다 보니 낯설었죠. 선원으로서 현장 적응을 해 나가며 득을 봤어요. 선배님들과 술도 마시고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면서 선원의 모습을 갖춰갈 수 있었죠. 선배님들이 경험이 많으시니깐 굉장히 잘 이끌어주셨어요. 연기와 환경적인 부분 모두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함께한 스태프, 선배 배우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지만, 박유천도 '동식'과 일체화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첫 과정인 대본 리딩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전체 리딩을 하는데 그렇게 많은 분이 우리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여수 출신, 전라도 출신 배우들도 계신 자리에서 사투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첫 대사가 '할매, 할매'라는 대사였는데 입에서 안 떨어졌다. 많은 분이 말씀하시는 리딩 울렁증을 알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최대한 편안하게 하려고 했지만, 제 목소리는 점점 작고 조용해졌어요. 봉준호 감독님, 심성보 감독님 모두 참석하셨죠. 특히 봉 감독님의 눈빛이 있어요. '큰일 났다, 캐스팅 후회하시나?' 싶었어요. 말보다는 눈빛으로 전달하시는 분이거든요."

찬 바닷속에 몸을 담그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스태프들이 감기 안 걸리도록 배려를 많이 해줬지만, 바다에 계속 들어가다 보면 체온이 떨어져요. 잠깐 바닷물에 들어가기 위해 큰 바구니에 뜨거운 물을 받아주셨거든요. 거기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찬물에 들어가면 1~2분은 괜찮아요. 하지만 물속에서도 연기해야 하니깐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죠. 다행히 영화가 여름영화 같은 느낌은 아니라 좀 껴입을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매일같이 바다로 출근했다. 해뜨기 전 새벽에 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면 12시간이 지나서야 육지로 돌아온다. 박유천은 "이 시간이 정말 매력이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때"라고 고백했다. "배 타고 매일 아침마다 바다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다. 바다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짧지만 매우 좋았다. 음악도 듣고 직업에 대한 생각, 가족 생각, 대인관계, 책임감 등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영화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사랑·욕망·돈 등 인간 본성의 바닥을 드러낸다. "영화를 찍으며 사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깨달았다.

"며칠 전에 '마스터 셰프 코리아' 결승을 보는데 우승한 가족들이 나왔어요. 아버님 얼굴을 보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더라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더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이 해 나가는 평범한 일들을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또 오랫동안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느껴봐야 하는 삶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