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기자 2013.12.05 14:58:55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rgarde)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 경제가 노동·서비스업 부문에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면 연 3.5~4%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이 정규직와 비정규직의 격차, 여성의 경제참여율과 임금 등 성별 격차 등을 제대로 줄이지 못하면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5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소천국제회의실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의 대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나라의 노동·서비스업 시장을 과감히 개혁하면 앞으로 10여년 동안 3.5~4%의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가 국제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균형 잡힌 노동시장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 정도로 예상했다. 다음해 성장률은 3.7~3.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에 잘 대처한다며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한국은 빠른 기간 안에 극복했다"며 "국내 은행의 재정상태가 건전하고 외채가 적은 점, 거시경제를 건전하게 운영해 인플레이션이 낮고 이자율도 낮은 점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이 국제경제에서 중심 역할을 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균형 잡힌 노동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장년층 고용 문제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 한국의 청년층은 직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노년층은 빈곤의 위험에 직면해있다"며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숫자는 비정규직 인원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력이 양분화 된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사회보장제도와 직업훈련 제도를 마련하는 데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노조와 회사, 정부가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해서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의 여성의 경제참여율은 남성 참여율의 60%에 못 미치고 임금 역시 남성 임금보다 23% 적다"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활동 참여의 성별 격차를 줄이려면 육아 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탄력근무제 등으로 여성이 경제활동과 소비활동에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육아를 회사와 사회 차원에서 도맡아 여성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25년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로 낮아질 수 있다"며 "최근 5%대의 성장률을 유지한 점을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정책을 세워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래 국제경제 시장을 내다보며 '아시아(Asia)'와 '상호연결성(Interconnectivity)'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19세기에는 유럽이, 20세기에는 미국이 국제경제의 중심에 있었지만 21세기에는 아시아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물어봐도 80%가 '국제 경제의 중심은 아시아로 향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화가 심화하는 미래에는 나라 간 의존도가 높아진다"며 "이런 시대에 한국이 어떻게 리더가 될 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오연천 서울대 총장과 문휘창 국제대학원장, 박태호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오 총장은 강연이 끝난 뒤 라가르드 총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