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금까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050선을 거뜬히 넘어선 데 이어 3년만에 2100선에 근접했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외국인의 매수 행진과 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에 힘 입어 3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한 후 조만간 22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스피 시총 1240조…사상최고치 육박
30일 코스피지수는 2082.61로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2093.08포인트까지 오르며 약 3년 만에 209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은 약 124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인 1250조원(2011년 5월2일)에 근접했다. 장중에는 일시적으로 1250조원를 넘어서며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스피가 힘찬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적극적 매수세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584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5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며, 총 2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은 정보기술(IT)·자동차주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삼성전자(외국인 순매수 4984억원), 현대차(3531억원), 기아차(1366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 증권 등 금융주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주가 자연스레 주도주로 부상했다.
신한지주는 지난 21일부터 7거래일 연속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진 대 힘입어 5만2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다시 썼다. 기업은행(1만6900원), 우리금융(1만4150원), 대우증권(1만600원) 등도 이날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 "2200선 넘어설 것"…일부선 신중론도 나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국 등 G2(주요 2개국)의 경제 불확실성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내에서는 2기 경제팀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송재학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한다고 하니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가 조만간 22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김성욱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했고,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 적절한 시기에 발표되면서 각종 호재가 겹쳤다"며 "코스피는 오는 8월말에서 9월초 사이에 2150~2200사이까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주가가 높아졌을 때는 이전에는 악재가 아니었던 것들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코스피가 2200선에 가까워 지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이를 뚫고 추가적인 상승을 시도하려면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국내 증시 환경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무라증권의 정창원 리서치헤드는 코스피가 2200선을 넘어 300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리서치헤드는 "일본 증시가 '아베노믹스' 정책 실행 이후 1만포인트를 한순간에 넘긴 것과 같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착착 실행되면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배당이 높아지면서 주식이 하나의 저축투자 수단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준재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정책이 실제로 실행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힘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2100선을 바로 뚫고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장기적으로는 2150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지만 증시가 쉬지 않고 오를 수는 없기 때문에 2100선에서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수익성이 받쳐 줘야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장기간 저항선이었던 2050선이 지지선으로 바뀔 것"이라면서도 "한 단계 증시가 오른 뒤에 횡보를 보이면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선진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주식시장이 지난해 4분기부터 아시아시장으로 확대됐고, 최근 한국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고 있지만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르고 난 뒤에는 다시 매력도가 떨어져 횡보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