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개최 4년 만에 F1 캘린더에서 제외되면서 기로에 놓인 가운데 '전남의 꿈'으로 야심차게 추진돼온 F1의 미래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 대회 무산이 확실시되면서 가능한 시나리오는 2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1년 또는 1년 반 쉬었다 이듬해 치르는 방안과 ▲잔여대회(3년)를 아예 포기하는 안이다.
'숨고르기'와 '조기졸업'으로, 장단점은 뚜렷하다.
1년 쉴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비켜가고 조직 정비와 수지 개선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반면 국제신인도 하락과 복귀 때 개최권료 협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40여 명에 이르는 조직위원회 인력조정도 과제로 남게 된다.
잔여대회를 모두 포기할 경우 적자 논란을 피할 순 있지만 귀책사유를 놓고 국제소송에 휘말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인도 추락은 두 말할 나위없다.
현재로선 휴식기를 가진 뒤 복귀하는게 가장 현실적이지만 조직위원장인 현 도지사나 차기 도지사의 의중에 따라 변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침울한 여론만 있는 건 아니다. 첫 대회 당시 700억 원대에 달했던 적자가 4차례 대회를 치러오는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대단위 모터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한 굵직한 국책사업들이 잇따라 유치된 점이 대표적이다.
국내 다른 서킷들보다 총길이나 등급 면에도 월등한 점, '꿈의 레이스'인 F1이 4번이나 열린 점은 비교우위 자산이 됐다는 게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연중 250일 가까이 운영되는 F1 경주장의 투자가치를 높이 평가해 신차 실험 등 산업화나 아예 통째로 매입하는 것에 국내외 일부 자본이 입질을 한 점 역시 적자 탈출의 청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캘린더에서 빠지면서 관련 산업 위축, 인력 조정, F1 특수실종 등 크고 작은 후유증을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F1과 관련한 독점적 지위와 수년간의 노하우, 국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모터스포츠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견도 적잖다.
F1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 측이 유럽 중심에서 탈피,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펴고 있는 점과 동북아가 F1의 신흥지구로 급부상하고 있는 점도 코리아GP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전남도의회 김탁 의원은 "F1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빠르게 옮겨오고 있다"며 "FOM도 자동차 강국 한국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끔한 조언도 적잖다. 영암 서킷이 최고등급인 그레이드A고, 모터스포츠의 결정체인 F1을 4차례나 치른 점은 분명 차별화된 부분이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과신은 금물"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전략적 마케팅을 강화하고,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정부와 기업체 지원을 이끌어낼 묘책을 짜내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FOM과의 협상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F1 드라이버 육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F1 불모지에서 이만큼 온 것은 기적과도 같다"며 "향후 F1대회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지난 성과를 자양분 삼아 롱런을 하든, 새로운 길을 모색하든 숲을 보는 큰그림을 그릴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