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의 '왼손 에이스' 이정우(30·울산시탁구협회)가 인천에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정우는 지난달 끝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대표선발전에서 7승4패로 4위를 차지했다.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태극마크는 후배들의 차지였다.
아시안게임 진출이 물 건너 간다고 느낀 사이에 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탁구협회는 고심 끝에 이정우를 추천선수로 발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양한 활용도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남규 감독은 "여러 카드를 놓고 많은 고심을 했다. 그런데 정우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혼합복식과 개인복식, 단체전 모두 소화가 가능했다. 경험도 많고 믿음직스럽다. 추천 선수 선발을 참 잘 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최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이정우는 "협회에서 추천을 해줘서 어렵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변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침체기에 빠진 탁구계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아시아권 국가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자금의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은 세계선수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그래도 전략 종목은 존재한다. 혼합복식과 남자단체전은 메달권 진입이 유력하다. 모두 이정우가 버티고 있는 종목이다.
이정우는 후배 양하은(대한항공)과 혼합복식에서 호흡을 맞춘다. 단체전에는 주세혁(삼성생명), 김민석(KGC인삼공사)과 함께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우는 "선생님들이 혼합복식을 기대하시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체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시안게임 단체전은 대회 초반에 마무리된다.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개인 종목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좋은 성적이 나오면 개인 종목에 대한 자신감도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느 덧 30대에 접어든 이정우는 주세혁에 이은 대표팀 서열 2위다. 형들을 따랐던 수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예전에는 (오)상은이형과 세혁이형, (유)승민이형과 함께 단체전에 나가면 정말 든든했다. 2008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상은이형이 어깨 수술로 빠졌는데 우리 셋이서 일본과 독일을 꺾고 결승까지 갔다"는 이정우는 "이제는 내가 후배들을 위해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운동도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책임감이 크지만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이정우가 운동에만 모든 힘을 쏟기에는 주변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이정우는 지난 4월 농심의 갑작스런 해체 결정으로 순식간에 무적 신세가 됐다. 울산시탁구협회 소속으로 대표 선발전을 치렀지만 사실상 소속팀이 없다고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대표 선발전이나 각종 대회에 나서려면 소속팀이 있어야 한다. 경남 출신인 정우는 소속팀이 사라지면서 위기에 놓였지만 울산시탁구협회의 도움으로 출전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우는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새로운 팀을 찾기보다 아시안게임 호성적이 우선이었다.
이정우는 "아시안게임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니 더욱 잘해야 한다. 단체전에서는 내가 잡을 점수만 잡아준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