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과학정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제1차관 자리에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의 이석준 차관을 임명하면서 과학기술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석준 신임 1차관의 경우 과학 기술 분야의 정책을 직접 담당했거나 관련 인사들과 교류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과기계에서는 다시금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 등 장관급 1명과 차관급 1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을 미래부 제1차관으로 임명했다. ICT 정책 담당하고 있는 윤종록 2차관은 소프트웨어 정책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래부의 특성상 과학과 정보통신 등의 각 영역을 조율해야하는데, 부처간 정책조정 능력이 뛰어나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이 차관을 적임자로 평가해 새로 임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신임 1차관은 기재부에서 예산, 금융, 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예산통이다. 행시 26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예산, 재정정책과 정책기획, 금융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다.
재정부 성과관리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 등 예산실과 정책조정국장을 거쳐 부처간 정책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 속에서도 과기계에서는 미래부 최고위직에 과기 인사가 한 명도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양희 장관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분류되고 있고 윤종록 2차관도 KT 등 ICT 분야에서만 일을 해왔다.
특히 미래부에는 행시 25회 출신으로 과학기술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담당하고 이끌어온 박항식 창조경제조정관이 있는 상황에서 타부처 인사를 임명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큰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새로 선임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행보도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 장관은 선임되자마자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를 구현하겠다며 초중등학교에 SW 과목을 필수로 넣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오는 2015년에 발표되는 교육 과정 개편안에는 과학 수업이 축소된다.
과기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관련 조직과 산하 출연연구원은 꾸준히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과기분야가 정권의 목적에 맞게 부총리급에서 한순간에 다른부서로 통합되는 등 이리저리 치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래부가 출범하면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다시금 커지고 있고, 정권과 무관하게 장기 프로젝트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재부 출신 차관이 오면서 창조경제의 단기 성과를 내라고 강한 압박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최대 과기단체인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과총)는 현재 이부섭 과총 회장 등 주요 임원이 '2014 한·유럽 한인 과학기술인 학술대회'에 참석한 상황이라 다음 주쯤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