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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원장 "아시아 네마리 용 중 한국, 이무기 전락" 우려

김창진 기자  2014.07.25 10: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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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지금 이대로 간다면 이무기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빠질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진단한 한국경제의 현 주소다.

권 연구원장은 25일 강원도 평장 알펜시아에서 열린 ‘2014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싱가포르와 홍콩은 1인당 국민소득 3만~5만달러를 웃돌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대한민국과 대만은 2만달러대 근처에서 정체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 10년간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차이는 특히 기업활동의 자유, 노동시장 유연성, 규제 개혁 등 정부가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지에 많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국제기관이 발표하는 기업경영환경 관련 각종 지수를 보면 싱가포르나 홍콩 등은 최상위를 유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위권 혹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 조사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총점 85~90점대로 186개국 중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30위권에 불과했다. 

특히 권 원장은 “한국이 취약한 ‘공공부문 청렴도’와 ‘노동자유도’에서도 홍콩과 싱가포르는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한국보다 노동 자유도 측면에서 취약했던 대만도 이제는 우리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이처럼 한국이 기업경영환경을 등한시 하면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 규모도 정체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홍콩과 싱가포르의 FDI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2008~2009년)를 제외하면 꾸준한 증가 추세인 반면, 한국과 대만의 FDI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홍콩과 싱가포르의 FDI 규모는 2002년 각각 67억4800만달러, 61억5700만달러에서 2012년 745억8400만달러, 566억5100만달러로 10배나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FDI 규모는 같은 기간 23억9200만달러에서 99억400만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정부의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규제 부담이 이 같은 차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정부규제의 기업활동부담 순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48개국 중 95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이 상태로 가다간 이무기로 추락하는 것은 물론,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면서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경영 활동을 활발히하기 위한 여건, 즉 규제 개혁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30여년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정책관, 주 OECD대표부 대사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