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직행좌석버스(광역버스) 입석 금지 정책을 시행한 이후 불편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이 곳곳에서 제안되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1981년부터 광역버스 입석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버스 이용자가 많은 탓에 관행적으로 입석을 허용해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광역버스 입석 운행이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안전과 편의를 둘 다 잡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7시3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촌 한신아파트 앞 정류장에는 '만차' 팻말을 붙인 버스가 그대로 지나갔다.
정류장에 몰린 40여명의 시민들은 도로 앞까지 나와 버스를 잡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좌석이 일부 비어있는 버스가 오자 수십명의 시민이 몰렸다. 그 중 절반도 태우지 못한 채 버스는 정류장을 떠났다.
20여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던 한 중년 여성은 지하철을 타야겠다고 혼잣말한 뒤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남성은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버스 노선을 검색했다.
일부 버스는 4~5명의 시민을 입석으로 태운 채 운행하기도 했다. 아직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은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혼잡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이진아(26·여)씨는 "시행 첫 날 버스를 못 탄 사람들이 종점 방향으로 걸어와 타기도 했다"며 "평소 출근 시간이어도 좌석에 앉아서 가는 데 문제가 없었는데 이날은 버스를 4대나 보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종점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이 타는 중간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필요하다"며 "출근시간은 물론 퇴근시간에도 버스 숫자를 늘려야 시민들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일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출근하는 김동혁(29)씨는 "정류장에 멈춰서서 버스 기사가 일일이 남은 좌석수를 확인했다"며 "M버스(급행광역버스)처럼 잔여좌석 알림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대학생 황인욱(26)씨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종점에서 2~3대의 버스가 동시에 출발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외곽에 환승센터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 방안도 함께 내놓고 있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승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시 외곽에 광역버스 환승정류장을 설치해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줄이면 혼잡을 없앨 수 있다"며 "환승정류장과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는 등 불편함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광역버스 운행 체계를 급행광역버스와 일반광역버스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있다"며 "급행광역버스는 도심으로 들어오고 일반광역버스는 외곽에서 회차하되 요금을 달리해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늘리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신분당선 등 지하철과 쉽게 환승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요금이나 노선 개발 부문은 민간 버스 업체가 사업성을 고려해 조정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입석을 제한하면 버스 회사의 수지가 맞지 않고 통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차편이 충분치 않게 된다"며 "결국 비용 문제로 귀착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식뿐만 아니라 치러야 하는 비용도 감내할 수 있어야 안전한 제도를 정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도 시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1일부터 광역철도 총 14편을 늘리겠다는 등 개선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앞서 정부는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 대기자가 많은 버스 5개 노선(김포~서울시청, 수원~강남역)에 전세 버스를 추가로 투입하고 광주터미널·수원터미널에 출근형 급행 버스 운행을 늘렸다.
수요가 많은 중간 정류소에서 바로 출발하도록 버스를 배치하거나 출근 시간대 수요가 적은 하행선(서울→경기) 차량을 이용해 배차 간격을 줄이는 등의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한 이상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종우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한달 동안 모니터링을 하면서 버스 노선을 변경하거나 정류장을 늘리는 등 불편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병목현상이 심한 삼일로의 경우 가로변에 버스 정류장을 추가로 설치하고 정류장 면적도 넓히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장기적으로는 사당이나 강남 등지에 환승센터를 만들어 경기도민과 서울시민 모두 편안하게 환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토부와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각 지자체는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증차 현황과 노선 등을 안내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페이스북에 "교통관련 부서에 있는 모든 직원이 버스 정류장에 나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며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우선시하기 위해 겪는 변화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