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주택 구매를 유도했던 집값 상승으로 인한 '차익'이 사라져 버렸다. 거래할 필요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거래량이 바닥을 친 것은 맞지만 옛날만큼 올라간다고 볼 수도 없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 보다 거래량과 가격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이 어렵다고 볼 수 있지만 바뀐 패러다임 하에서는 정상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권 실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정상화 정책 발표에도 시장은) 움직일 것 같으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반응이 없다. 거래량이 바닥을 친 것은 맞지만 옛날만큼 거래량이 오른다고 볼 수도 없다.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까지 주택 구매를 유도했던 것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 상승인데 그런 게 사라져 버렸다. 세입자 외에는 집을 이동할 필요가 줄었다. 사람들은 안전지향이다. 주택을 구매해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비용을 내더라도 임차를 택한다. 거래량은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데 사회가 변했다. 거래량이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정상이 아닐 수 있다."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이 대부분 '거래 정상화'를 겨냥하는 것이지만 과거의 틀에 맞춰진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의 틀로 바라보면 현재의 극심한 주택거래 위축이 오히려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권 실장은 이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소득과 위험 감수 정도에 따라 집을 구매해라"고 조언했다.
"집을 안사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소득과 자신의 성향을 따져 구매하면 된다. 집값은 떨어질 수도 오를 수도 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사고 안전을 중시한다면 사지 말라. 단 정부가 매매를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진다면 새로운 시장 정상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권 실장은 매매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책을 내놓은 뒤 효과가 없으면 규제를 강화했던 역대 정부와 달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개인은 집을 사지 않은 것이 옳을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 봤을 때 나쁠 수 있다. 전세 수요가 몰리면 전세가격이 올라가 저소득층 전세입자가 힘이 들게 된다.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 100% 옳다고 볼 순 없지만 전세난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 중 하나다. (올해 4차례 대책 발표를 보면) 정책 목표의 근간을 건드리지 않고 시장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갔다. 과거에는 정책 효과가 없으면 덮고 규제를 강화해버렸다. 시장에 '정부가 바뀐 시장 패러다임에 따라 정책도 개선하고 있구나'란 기대감을 줘 시장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특히 공유형 모기지를 확대하고 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 자금을 통합 운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위험 분담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문이고 자금원을 공공에서 민간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은 민간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 금리 상승 압박 등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유형 모기지(집값 변동으로 인한 손익 일부를 정부가 공유하는 것이 골자)는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매로 빠져나간 만큼 전세가 늘어난다. 연쇄 이동하면서 효과는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재원을 주택기금 뿐 아니라 주택금융공사로 확대하는 것은 민간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민간시장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이 넘쳐난다. 거기다 저금리다. 이는 향후 금리 상승 압박 등으로 돌아올 수 있는 문제인데 이를 끌어들인다는 것 나쁘지 않다. 자금이 회전되면 거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행복주택 공급량 축소도 역설적으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됐다고 권 실장을 진단했다.
"대선 공약이다. 일종의 성역인데 조정을 했다.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추진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등 문제 제기가 되자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없는 건 다른 걸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총량은 변화가 없다. 정책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시장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권 실장은 시장 정상화를 위해 바뀐 시장 상황에 맞춘 규제 완화와 지원 대상 확대 등을 제안했다.
"과거처럼 대량으로 공급해서 분양 물량을 늘릴 것도, 무주택자 위주로 공급할 것도 아니다. (집을 안사고 임차인으로 남아 있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임대물량을 가진)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해줘 임대물량의 양과 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등 지원도 필요하다. 오히려 전월세 상한제 등 규제는 가격은 낮출 수 있어도 그만큼 주택의 질도 낮춰 세입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