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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2020년 이후로 연기해야

배출전망치 오류, 이중규제, 추가비용 우려...요구

김창진 기자  2014.07.15 19: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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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경제계는 “준비가 덜 됐다.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며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중이다.

반면, 주무 부서인 환경부는 “예고한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실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전무는 15일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해 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내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산업계의 경쟁력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배출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강행하겠다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급히 서두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배출권 거래제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난 만큼 시행하기 전에 정책의 실효성과 현실 요건을 충분히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온실가스규제를 위한 국가 간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에 지난 2009년 가입했다가 2012년 탈퇴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이 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가입의무가 없는데도 한국은 자발적으로 이 협약에 가입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디스플레이 등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규제가 덜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에도 걱정이 태산이다.

전경련은 최근 정부의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 적용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향후 3년간 기업들은 최대 27조5000억 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경제계는 정부가 지난 2009년 과소 전망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적용, 배출허용 총량을 결정해 감축해야 하는 배출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계가 2010년 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0년 예상 배출량을 추산해보니 정부 예측치보다 10%이상 높게 나왔다.

정기철 한국철강협회 상무는 “정부가 BAU를 책정할 때 2013년 데이터는 참고만 했지 실제 BAU를 산정할 때는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배출권 거래제 자체가 활성화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등 몇 개 기업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이상 차지하는 상황이기에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시장구도라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사고파는 시장참여자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도 환경부 등 정부부처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009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30%를 설정한 이후 장기간 준비해온 마당에 이제 와서 일정이나 목표량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로 최근 3개년간의 배출량을 계산해 향후 목표량을 현실적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기업들이 정부가 과도한 감축목표를 세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 등 23개 경제단체는 이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를 통해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될 경우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고 오는 2020년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