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증권가를 강타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3엔까지 치솟으면서 자동차, 전기·전자 등 수출 민감 업종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양적완화 조기 종료 우려가 확대된데다 일본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03엔을 돌파했다. 엔화 약세는 다소 완화돼 4일 낮 12시 현재 달러당 102.5엔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4일 엔저의 배경으로 ▲미국 경기회복 본격화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통화완화 ▲일본 국채수익률의 마이너스(-) 실질금리 지속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가 엔저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미·일간의 통화정책 차이가 엔화 약세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면서도 "최근의 엔화 약세 속도는 조절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미·일간 금리차가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양적완화 기조도 올해 안에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행 역시 현 수준의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엔화 약세의 위협은 지속적으로 경계할 부분"이라면서도 "엔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교역량 증가로 상쇄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관측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당장 엔·달러 환율 상승세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은 내년 중반 어느 시점에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달러화의 가치를 높여 엔·달러 환율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달러화 가치의 상승에 의한 엔·달러 환율의 상승은 온건한 전개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한다면 환율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향후에도 점진적인 엔화 약세 추세가 지속돼 내년 말 엔·달러 환율이 110엔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허 연구원은 "일본의 국채 10년물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 상태"라며 "국채의 90% 이상을 매입하는 일본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면서 해외 채권 매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엔화가 점진적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원·달러 환율 역시 올해 말 1050원 수준에서 내년 말 1100원으로 오르며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수출민감업종의 타격이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양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는 국내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요 변수"라며 "다만 현재의 엔저는 올해 상반기에 비해 다소 완만하고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내년 미국, 유럽의 성장 가속화로 한국의 수출은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