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로 기억되는 해. 1세대 아이돌 그룹 '지오디(god)'와 god 팬들에게도 그해는 특별했다.
전년도 발매한 정규 4집 '챕터4'가 앨범 판매량 180만장을 넘기며 국민그룹의 자리를 확고히했다. 2001년은 단일 앨범으로 판매량 100만장을 넘긴 마지막 해다.
god는 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 7월부터 펼친 'god 100일간의 휴먼콘서트' 100회 콘서트를 매진시키며 인기를 확인했다. 같은해 11월 발매한 정규 5집 '챕터 5' 역시 100회 콘서트를 성료한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윤계상(36)이 배우로 전향하기 위해 팀을 나가고, 다른 멤버들로 개별로 바빠지면서 예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4인 체제로 발표한 2004년 6집 '보통날'과 2005년 7집 '하늘속으로'는 신드롬에 가까웠던 전작들에 비하면 반향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1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데뷔 15주년 기념 공연 'god 15th 애니버서리 리유니언 콘서트'를 통해 12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god는 인기가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했다.
지난 8일 발매돼 선주문만 10만장을 기록한 정규 8집 '챕터 8'의 첫 번째 트랙 제목 '5+4+1+5=15'. 이처럼 멤버 변화 숫자를 모두 합하니 데뷔 15주년 숫자와 겹쳐지는 우연은 컴백이라는 필연으로 귀결됐고, 이날 god 상징색인 하늘색 풍선을 들고 하늘색 우비를 입고 운집한 1만4000명은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어느덧 평균 나이가 36.8세가 된 다섯 멤버들은 (살이 찐 김태우 때문에 안무를 바꾼) '애수'를 비롯해 '관찰' 등 댄스곡에서 예전 만한 몸놀림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페이소스는 짙었다. 특히 '니가 있어야 할 곳'을 들려줄 때 무대매너와 열정은 전성기 시절 못지 않았다.
본래 'god'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을 장식한 아이돌그룹, 완벽한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작금의 한류그룹과 궤를 달리한다. 화려한 퍼포먼스나 실력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들의 데뷔곡 역시, 어느 그룹처럼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를 위한 사모곡 '어머님께'였다. '목표달성! 토요일-god의 육아일기'에서 살펴볼 수 있듯 '친근한 오빠' 인상이 강했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얻어 국민그룹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날 들려준 과거 히트곡, 8집 수록곡 역시 마찬가지다. 포문을 연 곡으로 동명의 동화를 모티브로 외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미운 오리 새끼', 아이돌로는 흔치 않게 보통사람의 일상을 옮긴 노랫말인 8집 타이틀곡 '우리가 사는 이야기' 등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웠다.
콘서트장에서 '어머님께'가 울려퍼지자 지금은 유치원생 딸을 둔 주부, 갓 대학생이 된 아가씨, 어렸을 때부터 이모의 영향으로 god 노래를 들어온 고등학생까지 모두 '떼창'을 했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길' '다시' '촛불하나' 등 god표 감성화법의 히트곡 역시 떼창곡이었다.
이날 윤계상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만큼 그가 노래를 부르거나 카메라에 잡힐 때면 큰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윤계상은 "벅차 올라 행복하다"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즐거워했다.
god 휴지 기간 미국에 머물며 허리가 다쳐서 우울증에 걸렸었다는 박준형(45)은 "예전 동영상과 SNS에 남겨주신 팬들의 응원을 보고 힘을 냈다"면서 "나랑 계상이라 뒤에서 울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데니안(36)은 "앞으로 20년 후에도 이 순간을 추억하고 공유하고 싶다"면서 "새로운 꿈이 됐다.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난해와 올해 유독 아픔을 겪었던 멤버 손호영(34)은 그간의 상처를 훌훌 털어버린 듯 내내 '무한긍정',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막내이자 리드 보컬 김태우(31)는 그간 가장 활발하게 가수 활동을 한 것을 기반 삼아 중심축을 잡았다.
2시간40분 남짓 펼쳐진 콘서트의 앙코르곡은 god와 팬들을 상징하는 '하늘색 풍선'과 '보통날'이었다. '보통날'은 특히 윤계상이 참여하지 않은 6집 타이틀곡으로 그를 위해 멜로디를 추가한 곡이다. 멤버를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콘서트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 이번 앨범이 '추억팔이'가 강조한 윤계상은 "헤어짐이 다시 있을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죠. 개인 일도 하면서 god로 뭉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콘서트 말미 상영된 영상에서 멤버별로 영상편지를 보냈다. "가슴에서만큼은 헤어지지 말자"면서 "가장 행복한 날은 의미 없이 보낸 보통날에 있다. 보통날이 가장 큰 행복을 주는 날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이 나간 뒤 멤버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팬들은 "고마워"라고 응원했다. 김태우는 "힘든 결정 해준 계상이 형에게 고맙고 god 그대로 받아준 팬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보통날'은 그 이후에 울려퍼졌다. 이제 god 활동은 멤버들이나 팬들에게 보통날이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윤계상 팬이었다는 회사원 이모(29)씨는 "윤계상 오빠가 눈물을 흘리는 순간 나도 울컥했다"면서 "god가 오래도록 변치 않있으면 한다"고 바랐다.
팬들은 '안녕 참 오랜만이지' 등 다양한 메시지가 적힌 하늘색 플래카드를 공연 내내 펼쳤다. 공연에 앞서 수십명의 팬들은 공연장 앞에서 god 컴백을 기념하는 플래시몹을 펼치기도 했다.
본 공연 전 MC 김제동이 사전 무대를 MC를 봤다. god 컴백 전 교대역에서 god의 '촛불하나'를 불러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외국인 밴드 '언코드'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god 8집에 참여한 아이유를 비롯해 가수 로이킴, 그룹 '달샤벳' 멤버들이 객석에서 콘서트를 지켜봤다. 평소 god와 친분이 없는 조용필 등 수많은 선후배 가수들이 회한으로 콘서트를 축하했다.
이날 콘서트는 13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이틀간 총 2만8000명이 운집하게 된다. 이후 8월 2~3일 광주, 같은 달 15~16일 부산, 23~24일 대구, 30~31일 대전 등지를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