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지각 장마'에 제습기업체들 고민

김창진 기자  2014.07.11 16:55:53

기사프린트

늦어지는 장마에 제습기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장마시즌이 예년보다 길 것으로 예상, 생산물량을 대폭 늘려 잡았는데 장마가 늦어지면서 당초 예상만큼 판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습기는 지난해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하며 가전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라섰다. 가전제품 중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제품은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에 불과하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이 길어지고, 전력난에 따른 절전 분위기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여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제습기 판매에 불을 붙였다.

한반도 기후가 점점 아열대성으로 변해가자, 제습기 업체들은 올해 제습기 시장이 200만~25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며, 너도 나도 생산물량을 늘렸다. 하지만 상황은 작년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중부 지역의 경우 평균 6월24~25일이면 시작됐던 장마가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것. 올해 장마가 이르면 7월 상순께 시작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오고 있는데,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이처럼 늦은 시기에 시작하는 것은 22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세월호 참사'도 제습기 업체들에는 브레이크 요인이 됐다. 제습기는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4~6월 판매가 가장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위닉스 관계자는 "예상보다 6월 판매가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판매가 늘고 있고 당초 세웠던 목표치를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중소 제습기 업체 관계자는 "올해 전체 제습기 시장이 200만대 이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에 맞춰 생산을 늘리고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며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200만대는커녕 작년의 130만대를 넘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습기 업체 관계자도 "업체들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위해 다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재고가 쌓일까봐 중소, 중견 업체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일부 제습기 업체는 생산라인을 잠시 멈추는 등의 방식으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대기업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은 에어컨에 제습기를 끼워주는 등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벌이며 물량을 소진하고 있다. 하자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올해 제습기 제품에 '휘센' 브랜드를 달고 제습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 LG전자는 5월 대비 6월 판매량이 두 배 늘었으며, 장마 도래 시점에 맞춰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대표모델 15ℓ 제습용량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가 5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4월 이후 월평균 신장율 400% 이상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3월 판매를 시작한 초절전 인버터 제습기의 인기에 힘입어 1~5월 제습기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6배 이상 증가하는 등 순조로운 분위기다.

한 중견 제습기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의 마케팅 공세와 갈수록 기술력이 좋아지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 밀려 중소, 중견 기업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며 "다행히도 장마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여 남은 기간동안 목표했던 판매치를 이룰 수 있도록 막판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09년 4만1000대에서 2011년 8만4000대, 2012년 25만대, 2013년 130만대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늘어나는 시장 규모에 따라 제습기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닉스, 위니아만도 정도에 불과했던 제습기 생산업체 수는 현재 4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값싼 중국산 제품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중소 제습기 업체들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