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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14개월 연속 2.5%

김창진 기자  2014.07.10 14: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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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14개월 연속 동결 기조다.

시장에서도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에 응한 채권전문가 111명 가운데 105명(94.6%)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6명은 인하를 예상했다.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한 달 전의 설문에 비해서는 인하를 예상한 전문가들이 늘었다. 지난달에는 설문에 응한 전문가 118명 모두가 동결을 점쳤었다.

◇기준금리 조정은 현 정부 2기 경제팀 출범 이후로

금리 조정은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은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이 이날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소폭 하향한 후 금리 인하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금융실장은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경제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경우에는 금리 정책을 종전대로 끌고 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금리 조정 시그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초 인상 언급이 많았던 것은 원론적 얘기였다"며 "당장은 금리를 동결해 부진이 일시적인것인지 고착화되는 것인지 관망하겠지만 앞으로 시장에서는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공조도 중요하지만 추경과 금리인하라는 두 가지 카드를 모두 쓰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기준금리를 조정한다는 것은 큰 충격이나 다급한 변화가 아니고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현 상황은 금리가 높아서 내수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추경 등 재정정책을 쓰거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선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거시금융팀장은 "현재 경기가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2.5%의 금리 수준이면 잠재성장률과 물가 기준 등에 견줘 봐도 경기부양적인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이주열 금리인상 깜빡이에 제동?

금리인하론의 대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등장과도 무관치 않다. 최 후보자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은행에도 정책 공조를 이유로 금리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기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편성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재원 사정이나 법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 강국들조차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수단을 총동원하는 마당에 우리만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정책대응으로는 답답한 현 경제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직후 시장에서는 이 총재를 매파 성향의 인물로 보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로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이 부각되자 이런 기조는 누그러 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 후보자의 경기 부양 의지가 한은의 금리인상 의지를 꺾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내정자는 친박계 실세인데다 정부의 중장기 경제정책 기조인 '경제개혁 3개년 계획'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은에 금리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정책과 통화신용정책에는 적절한 긴장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세' 기재부 장관의 등장은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는 불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 후보자는 "한은 총재를 자주 만나 경제 인식에 대한 간극을 좁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본인의 경기 인식은 회복세가 꾸준히 이어져 금리인하는 불필요하다는 한은의 경기판단과 다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통위 '만장일치' 깨지나

지난해 금리인하 이후 1년 넘게 이어져 오던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깨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최근 낸 논문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예금금리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보다 금융자산의 가격하락에 따른 소비축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급격한 소비위축을 막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례적으로 금통위 전날에도 한 학회에 참석해 본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기준금리 인하론이 주를 이루는 자리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에 경제지표를 보고 금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중론일 것"이라면서도 "일부에서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 팀장은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있었던)연초에는 인상론이 대세를 이뤘지만 지금은 인하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재정과 통화정책이 같이 갈 수 있는 타이밍을 고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