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가 시중금리보다 과도하게 높은 이자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방만경영을 일삼으면서 지난해 기금에서 1조4600여억원의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교직원공제회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투자사업과 경영관리실태 등을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18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제회는 교직원 급여의 일정 부분을 장기저축식으로 받는 '장기저축급여사업'을 운용하면서 이자 성격의 '급여율'을 시중금리보다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공제회는 급여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해 8월 5.75%이던 급여율을 5.15%로 일부 인하했지만 이는 3%대 수준인 시중금리와 비교해 여전히 고금리로 기금 결손이 발생한 주원인이 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공제회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한 결과 필요준비금 대비 순자산 부족 규모는 지난해 1조4600여억원에 달했다. 회원들이 공제회에 맡긴 돈을 한꺼번에 찾아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공제회가 가진 자산을 전부 팔고서도 1조4600여억원을 더 마련해야 돈을 모두 돌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공제회가 현재의 급여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은행의 지급준비율 성격인 '책임준비율'은 2033년 78.7%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공제회 운영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높은 급여율은 공제회로 하여금 고위험군 투자에 뛰어들도록 하는 원인도 됐다. 회원들에게 많은 이자를 나눠주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을 통해 그만큼 높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제회의 주식·채권·대체투자 등 위험자산투자 비중은 2008년 52%에서 지난해 71%로 19%포인트나 높아졌다. 이같은 투자는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제회 재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감사원은 우려했다.
공제회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 수익률이 -33.6%를 기록하면서 경상손익(4159억원)이 전년대비 64.4% 급락한 바 있다.
특히 공제회는 결손시 정부 보조가 들어가는 공적 성격의 공제회이기 때문에 부실 경영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제회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복지를 제공하는 등 방만경영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제회는 지난 2011~2013년 직원들의 대학생 자녀 252명에게 사내근로복지기금 예산으로 총 9억500여만원의 학자금을 공짜로 내줬다.
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24명을 대상으로 7300여만원을 들여 7박8일간의 동남아시아 단체 연수를 제공했으며 참여하지 않은 장기근속 직원 16명에게는 7일간의 유급휴가를 줬다.
2013년에는 장기근속 직원 중 14명에게 유급휴가 10일을 부여하고 교통비와 식대, 숙박비 등 여행경비를 1인당 100만원까지 지원했다.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이나 부상 등에 대한 의료실비보험 성격의 의료보조비를 직원 본인은 연간 500만원까지, 가족에게는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2011~2013년 7억1829만원을 의료보조비로 쓰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공제회는 직원이 임원으로 임명될 경우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지 않고 근속연수를 합쳐 계산하는 방식으로 2012년 임원 퇴직금을 53.8% 인상했다.
공제회가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임의로 축소한 사실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공제회는 2012년 일산 SK엠시티 상가분양 등 2개 사업에서 '손상차손'을 임의로 축소 평가함으로써 2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부풀렸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의 시장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다.
공제회는 과다 계상된 당기순이익을 바탕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10억8000만원 가량 더 출연하기도 했다.
이밖에 공제회 자회사인 교직원나라에서 운영하는 '학교장터' 사업의 경우 이용실적이 저조해 지난해 말 129억원의 누적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