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미국과 중국의 석학들을 만나 기업들의 기술투자를 비롯해 에너지정책, 과학기술 협력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기업의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면서 "시장 친화적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추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양위량 중국 푸단대 총장을 접견하고 기후변화·에너지정책 및 이공계인재 양성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추 전 장관은 '레이저를 이용한 원자의 냉각 및 포획 연구'로 199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에너지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중국의 대표적 인재유치 프로그램인 '장강학자' 1기 출신이자 중국과학원 원사이기도 한 양 총장은 고분자화학분야의 권위자로 중국의 교육과 과학기술혁신을 주도하는 핵심인사다.
앞서 중국 교육부는 1998년부터 추진한 인재유치사업인 장강학자를 통해 총 1308명의 학자를 유치한 바 있다. 특히 유치한 학자들 가운데 94%는 해외 유학자 출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들면서 'Old habits die hard(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영어 속담을 인용해 기업이 낯선 기술에 투자하기를 꺼려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기업이 기존 수익 모델을 고수한다는 점과 함께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대세가 된 점, 코닥사가 기존 필름시장을 지키려다 회사가 기운 점 등을 들어 기업의 재투자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정책 등과 관련, 기업의 이해와 공익이 상충하는 경우 시장과 정부의 역할분담 방안에 대해서도 질문을 내놨다.
이에 추 전 장관은 "정부의 직접 보조보다는 R&D 투자와 조세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통한 방향제시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국민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도 "시장 친화적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며 동의를 표했다.
추 전 장관은 또 이날 신재생에너지정책에 대한 질문에 한국의 원전부품 품질서류 위조사례를 들어 "외국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개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양 총장은 이공계인재 양성방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질문에 교수성과평가 방식의 변화 및 그룹토의·자문자답 형식의 교육확대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추 교수는 독창적 생각을 키우는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양 총장은 이날 박 대통령이 문학서적을 좋아한다는 점을 들어 중국 고전인 '홍루몽' 등 세 종류의 책을 선물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