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국가, 프란치스코 교황께 드리는 호소'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평화방송 5층 다목적 홀에 선 이씨.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수백 번 다짐했는데 막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이 먹먹해진다"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씨의 고백에 강연장도 숙연해졌다.
다시 입을 연 이씨는 영화 '변호인'의 한 대사를 언급했다.
그는 "'변호인'을 보면 국가는 개개인으로 이뤄져 있고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온다는 대사가 있다"며 "지난 4월 세월호에 타고 있던 미래의 권력 304명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아닌 '학살'이라고 규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해경, 해군, 공군, 공무원들이 사고 직후 3일 동안 구조조차 하지 않았다"며 "구조 의지가 있었다면 나룻배 한 척만 있었어도 아이들 수십 명을 분명히 살릴 수 있었다. 분명한 학살이다"고 주장했다.
국가에 의한 '학살'이라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와 80년 5월의 광주가 매우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전했다.
이씨는 "광주에 와서 제일 처음 간 곳이 국립5·18민주묘지였다"며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교복을 입은 희생자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우리 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세월호 사고 때도 5·18 때도 국가는 현장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살릴 수 있었던 304명의 영령이 하늘에서나마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전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세월호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마지막에는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광주 시민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큰 목소리로 부탁드리겠다. 제발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연 내내 눈물과 땀을 닦아내던 이씨는 마지막까지 파란색 점퍼를 벗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15일 만에 만난 막내아들을 안고 오열하며 몸을 닦아줄 때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 이후 이씨는 단 한 번도 옷을 빨지 않았다. 아들의 마지막 냄새만이라도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이씨는 "광주에 올 때 꼭 챙겨 오고 싶었다"며 "'잊지 말아 달라'는 저의 외침이 우리 아들의 체취처럼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의 마음속에 깊이 스며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톨릭사상연구회 우리신학연구소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는 한국천주교회의 풍경 : 5·18에서 세월호까지'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