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는 무기력했다. 월드컵에서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자연스레 홍명보(45) 감독의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상대의 퇴장으로 1명이 많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0-1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긴 이후에 내리 2패를 당하며 1무2패(승점 1)를 기록, H조 최하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순위는 27위.
전술 부재와 선수기용 실패 등과 관련해 알제리와의 2차전 이후로 도마 위에 오른 홍 감독이다.
특히 월드컵을 직전에 두고 스스로 최종명단 선발의 기준으로 삼았던 '소속팀에서의 활약'이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박주영(29·아스날) 등 몇몇 선수들을 선발해 '의리 엔트리' 논란을 불렀는데 이번 실패로 더욱 코너로 몰리게 됐다.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 탈락한 감독이 월드컵 이후에도 계속해서 감독을 맡은 적은 한 차례도 없다.
통상적으로 월드컵 본선까지를 계약기간으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월드컵 성적이 감독의 입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1998프랑스월드컵에서 차범근 당시 감독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고 현지에서 경질되는 쓰라림을 맛보기도 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의 '감독이 스스로 잘못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감독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사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는 말하기 그렇고, 내가 생각해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내가 알아서 잘 말할 것이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앞서 카를로스 케이로스(61) 이란 감독, 알베르토 자케로니(61) 일본 감독, 체사레 프란델리(57) 이탈리아 감독 등이 이번 대회의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탈리아의 경우, 축구협회장까지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한축구협회와 계약기간 2년에 사인했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가 사실상의 임기로 보면 맞다.
당시 축구협회는 장기계약을 제안했지만 홍 감독이 거절했다.
그는 당시에 "나는 대표팀 감독 자리가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며 "여러분들이 말하는 것처럼 2018년까지 감독(계약)을 한다고 했다면 나의 준비하는 자세가 180도 다를 것이라고 본다. 2년은 협회에 내가 제안한 기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을 통해 평가받는다"는 말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할 때,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홍 감독은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일구며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해왔다.
브라질월드컵의 실패가 홍 감독에게 가장 큰 시련이 된 셈이다.
홍명보호는 한국시간으로 30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해 귀국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