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대 횡령 및 납품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신헌(60) 전 롯데쇼핑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홈쇼핑에 대한 이번 검찰의 수사로 MD(상품기획자)부터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비리가 밝혀졌으며, 홈쇼핑 업계의 고질적인 '갑의 횡포'가 낱낱이 드러나게 됐다.
롯데홈쇼핑 횡령·납품비리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회사 임직원들과 공모해 수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로 신 전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또 비자금을 조성한 뒤 그 중 일부를 신 전 대표에게 상납하거나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전 롯데홈쇼핑 방송본부장 이모(51)씨 등 전·현직 임직원 6명과 이들에게 리베이트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브로커(일명 '벤더') 김모(41)씨 등 7명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납품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전 MD 정모(42)씨 등 전·현직 MD 3명과 리베이트를 제공한 벤더 업체 대표 7명 등 모두 10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영세납품업체 대표 등 6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하면서 2008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회사 임직원들과 공모해 인테리어 공사비를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3억200여만 원을 빼돌려 이 중 2억26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07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납품 청탁이나 방송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납품업체 3곳으로부터 1억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 등 회사 간부들은 '을'의 지위에 있는 인테리어 공사업체를 동원해 공사대금을 부풀린 뒤 그 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 전 대표는 이들이 조성한 6억5100여만 원의 비자금 중 2억2600여만 원을 상납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홈쇼핑 방송 출연이나 납품을 원하는 벤더업체 등으로부터 직접 리베이트를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대표는 현금뿐만 아니라 시가 2000만원에 달하는 이활종 화백의 그림 1점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씨 등 전·현직 임직원 6명과 정씨 등 전·현직 MD 3명은 벤더 업체나 납품업체들로부터 홈쇼핑 방송 출연이나 황금시간대 편성 등을 대가로 1400여만 원~9억84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받는 등 10여개 업체들로부터 16억31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일부는 아들이나 아버지 등 친·인척뿐만 아니라 전처(前妻)나 내연녀 동생의 계좌까지 동원해 뒷돈을 받아 챙겼다.
이들 역시 그랜저 승용차나 뇌물통장, 주식정보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대가성 리베이트를 받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300만원의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내줄 것을 요구하거나 부친의 도박 빚 1억5000만원을 납품업체에 떠넘기기도 했다.
아울러 회사 간부 등과 함께 구속 기소된 브로커 김씨는 영세납품업자들에게 롯데홈쇼핑 임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납품업체 13개를 관리하면서 30억 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은 뒤 그 중 5억6700여만 원을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홈쇼핑 업체 임직원들과의 인맥을 이용해 브로커 역할을 담당한 '로비형 벤더' 업체의 대표였다"며 "이들 벤더 업체와 홈쇼핑 업체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은 홈쇼핑 업계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독과점적 시장이 형성돼 홈쇼핑 업체들이 '갑'의 지위에 올랐으며, 홈쇼핑 업체 일부 임직원들이 '갑을 관계'를 악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등 구조적인 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4월 납품비리를 저지른 홈쇼핑 업체의 채널 재승인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발표했으며, 국회 및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17일 납품업체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롯데홈쇼핑 횡령·납품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며, 신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 4월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 뒤 지난 11일 영장을 다시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지난 16일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수감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대표가 이번 수사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며 "더 이상 납품 비리 등과 관련한 윗선에 대한 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들의 리베이트 금액 16억3100여만 원 중 12억6000여만 원을 추징 보전했으며, 나머지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전액 환수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