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위기에 놓인 홍명보호가 '특급조커' 김신욱(26·울산)-이근호(29·상주)의 활약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끈 한국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이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H조 2차전에서 2-4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H조 최하위가 됐다. 1무1패가 된 한국은 3위 러시아(1무1패·승점 1)에 골득실에서 뒤졌다. 한국이 -2, 러시아가 -1이다.
한국은 지난 18일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박주영(29·아스날), 손흥민(22·레버쿠젠), 이청용(26·볼턴)이 공격 삼각편대로 나섰다. 그러나 알제리의 압박 수비에 고전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결국 전반에 기록한 슈팅 수는 '0'이었다.
알제리는 전반에만 12개의 슈팅과 6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한국 수비진을 농락했다.
그 결과 한국은 전반 26분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 전반 28분 라피크 할리시(28·아카데미카), 전반 38분 압델무멘 자부(27·클럽 아프리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처참히 무너졌다.
한국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다.
후반 5분 손흥민이 만회골을 넣기는 했지만 패색은 여전히 짙었다. 이에 홍 감독은 후반 12분 박주영을 빼고 196cm '고공 폭격기' 김신욱을 투입했다.
김신욱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긴패스→공중 경합→슈팅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공격패턴이었지만 매서웠다. 시간이 부족했던 한국으로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김신욱이 뜨자 윤석영(24·QPR), 이용(28·울산) 등 측면 자원들의 공격 지원도 살아났다. 공간을 활용한 날카로운 크로스가 연신 페널티 지역으로 날아들었다.
추가골 분위기가 한껏 고무된 후반 19분 홍 감독은 이청용 대신 이근호를 투입하며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지난 18일 러시아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골을 터뜨렸던 이근호가 다시 한 번 날았다. 이근호는 후반 27분 구자철의 만회골을 돕는 특급 조커 역할을 완수했다.
K리그 울산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신욱-이근호의 '빅 앤드 스몰' 조합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통한 순간이다. 두 선수는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울산의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린 명콤비다.
김신욱은 후방에서 넘어온 공중 볼을 머리로 받아 페널티 지역 안으로 떨어뜨렸고, 이근호는 손흥민의 슈팅이 상대 수비에 막혀 흐른 것을 다시 낚아채 반대편에 있던 구자철(25·마인츠)에게 정확하게 배달했다.
김신욱과 이근호의 콤비 플레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39분에는 김신욱의 헤딩 경합 과정 중에 흐른 공을 이근호가 공간을 잘 찾아 들어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발등에 제대로 맞았다면 골로도 연결될 수 있었던 아쉬운 순간이었다.
두 콤비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해외파 못지 않은 활약으로 실력을 입증했다. 박주영 등 해외파의 그늘에 가려 있던 '약방의 감초'들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경기였다.
김신욱-이근호 조합은 벨기에전을 앞둔 홍명보호에 위안거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