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과 러시아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등굣길·출근시간대와 맞물린 탓에 이전 월드컵때와는 또다른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령층을 떠나 많은 시민들이 서울 도심의 거리와 대중교통 안에서 IT 기기를 꺼내들고 러시아전을 지켜본 것이다.
특히 국내 DMB 단말기 이용자 수가 300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골 찬스를 아쉽게 놓치는 순간에는 DMB에 눈을 고정한 승객들의 몸짓도 함께 들썩였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여의도까지 매일 아침 광역급행버스를 이용해 출근하는 김형태(32)씨는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에 출근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청할 생각이었지만, 회사에서 동료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할까봐 스마트폰 DMB 중계방송을 봤다"면서 "나 말고도 스마트폰에 몰두한 승객들이 꽤 많았다"고 전했다.
김씨와 같은 버스에서 하차한 은행원 고경희(27·여)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접속해 거리응원전 상황을 체크했더니 금새 (여의도에) 도착한 것 같다"라면서 "대학생이던 4년 전과 같이 거리응원을 나가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거리응원이 열리는 영동대로 인근 삼성역에서도 가는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 DMB에 열중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광고대행사 크리팩토리에 근무하는 김우람(28)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로 해 평소보다 1시간 30분 빠른 7시에 출근했다"면서 "경기 시작 전 분위기를 느낄 겸 스마트폰 검색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7시가 넘어가자 축구 경기를 보려고 DMB를 틀고 이어폰을 꽂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7시20분께 영등포구청역에서 만난 김정열(47)씨는 "출근 시각이 다른 직장인들 보다 이른 8시까지인데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했다. 전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전반전 초반 경기를 시청했는데, 서둘러 회사에 들어가 TV로 볼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역 인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서모(22)씨는 "출근 시간대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러 오는 손님이 많지만, 태블릿PC로 경기를 챙겨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승패를 떠나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거리응원은 고사하고 중계방송 시청조차 사실상 포기한 이들도 있다.
개인택시 기사 이규명(55)씨는 수요대응형 조에 편성돼 있어 전날 저녁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운전대를 놓을 수가 없다.
이씨는 "출근하는 손님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면 경기를 볼 새가 없다. 운전 중에 DMB를 보는 것도 위험해서 라디오로 생중계를 듣곤, 경기 장면은 퇴근하는 길에 스마트폰 다시보기로 챙겨볼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