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프로축구]'말에 살 베일라'…'동상이몽' 강원·상주의 불꽃 튀는 설전

스포츠뉴스팀 기자  2013.12.02 16:01:53

기사프린트

자리는 하나인데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이는 둘이다. 승부는 치열할 수밖에 없다. '동상이몽'의 강원FC와 상주상무가 첫 만남부터 혈전을 벌였다.

강원과 상주는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1·2부 리그 출범 원년인 올 시즌에는 클래식(1부 리그) 12위와 챌린지(2부 리그) 우승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강원과 상주는 각각 클래식 12위와 챌린지 우승팀 자격으로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승격 플레이오프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지만 당사자들의 마음은 편할 리 없다. '잔류'와 '승격'을 두고 피 말리는 2연전을 펼쳐야 한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김용갑(44) 강원 감독과 배효성(31·강원) 그리고 박항서(54) 상주 감독과 이근호(28·상주)가 참석했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기선 제압을 위한 양팀 참석자들의 불꽃 튀는 설전이 오갔다.

김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을 보니 11위로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짓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아 보겠는가"라며 "상주와 박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결국 1부 리그에는 우리가 남게 될 것이다. 잔류 외에 다른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고 선공을 날렸다.

박 감독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강원은 시즌 막판 신·구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정규리그 결과 최다 실점 2위에 해당하는 64골을 상대에게 내줬다. 우리는 이 부분을 최대한 공략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승격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적으로 만났다. 과거 스승과 제자의 인연도 이 자리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김 감독은 "청소년대표 코치 시절 이근호를 지도해본 적이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성장했지만 나는 이근호에 대해 잘 안다. 그를 막을 대응책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근호는 "상주에는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 내가 골 욕심을 내지 않아도 다른 선수들이 대신 득점을 해줄 것"이라며 "김 감독님과는 어린 시절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사실 그때는 내가 풋내기였다.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경기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맞대응했다.

선수들 사이를 오가는 긴장감은 더욱 팽팽했다.

배효성은 "힘들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언론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니 오히려 더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하나로 똘똘 뭉쳐 있고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왔다. 강원도민들과 서포터즈들의 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승부에서 무조건 살아남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근호는 "상주 선수들과 있을 때 '클래식에 있더라도 용병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끼리 붙으면 우리가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며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우리의 목표는 챌린지 우승이 아닌 1부 리그 승격이었다. 올 시즌 경기력을 통해 우리의 가능성은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상주가 K리그 첫 승격팀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지난 1일 K리그 클래식 최종 40라운드에서는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 간의 드라마 같은 '우승 타이틀 매치'가 벌어졌다. 포항은 0-0 상황에서 후반 추가 시간 터진 김원일(27)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경기를 봤지만 양팀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이근호는 "나를 포함해 울산 출신 3명이 경기를 함께 지켜봤다. 결과적으로 우승을 놓치게 돼 정말 안타까웠다. 울지는 않았지만 울산 선수들의 마음이 전해져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며 "경기가 끝난 뒤 함께 있던 동료들과 우리는 3일 뒤에 열리는 경기에서 반드시 웃을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을 했다"고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배효성은 이근호의 자신감에 비수를 꽂았다 .

그는 "지금은 상주에 있지만 이근호도 울산 출신이다. 이근호 역시 이번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울산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을까 싶다"며 "양팀 모두 물러 설 수 없는 입장이다. 분명히 멋진 승부가 나올 것이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축구회관에서는 이미 '펠레 스코어'를 능가하는 대박 경기가 한 차례 열렸다. 첫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양팀의 창끝은 더 없이 날카로웠다. 오는 4일(오후 7시·상주시민운동장)과 7일(오후 2시·강릉종합운동장) 펼쳐질 두 차례의 실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