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잘라말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강세로 당분간 금리 인상은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금리로 환율을 조정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을 판단할 때도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환율 변동에 따른 경제·금융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환율 쏠림현상은 부분적으로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회복 둔화 우려에 대해 "4월과 5월 내수가 부진했다"며 "다음 달 나올 수정 경제 전망에 세월호 충격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
-앞으로 금리 방향에 대해 인상 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의 금리 수준은 여러 지표를 놓고 봤을 때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지난 4월 경제전망을 내놓을 때 4%, 내년은 4.2%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런 성장경로를 받아들인다면 방향 자체는 인상이 아니겠느냐고 장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다음 달 경기전망을 내놓을 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KDI가 성장전망을 낮췄다. 상반기 내수도 부진하다. 한은도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나.
"전망치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세월호 사고가 반영된 거 같다. 4월 전망 이후 2~3개월 간 여건 변화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다음 달에 결과가 나오면 그때 이야기하겠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내수부진은 어떻게 보나. 일시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
"서비스업 생산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심리 위축이 약간 빠른 속도로 해소된다면 우리 경제는 우리의 기대대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장기화 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13개월째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소극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금리정책 이외에 다른 정책 수단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은 3가지다. 대출, 지급준비율, 공개시장조작이다. 아직 지급준비율과 공개시장조작은 경기 대응용으로 쓸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현재 소비 투자 심리 위축이 어느 속도로 해소되느냐를 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고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각국 통화정책의 국제공조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통화정책은 자국의 상황에 맞춰 하는 것이 맞다. 자국의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 하는 것이 현재 바람직한 통화정책 공조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국의 경제 상황 등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통화정책 공조라고 본다"
-지방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의 당선으로 무상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이것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내용에 따라서 다르다."
-최근 환율에 쏠림현상이 있다고 보는가.
"쏠림 현상은 부분적으로 있었다고 본다"
-원화 강세로 당분간 금리 인상은 힘들지 않겠나.
"환율은 금리 이외에 여러 요인으로 결정된다. 경제 기초여건, 국제 금융 상황, 자본 유출입 등이다. 특히 요즘은 외국인 국내 증시 유입 등으로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만약 이것을 금리로 연결시킨다면 신중해야 한다. 환율 결정의 요인은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금리를 조정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통화정책 방향에 '회복세 주춤'이라고 했다. 이것이 올해 전반적인 영향을 줄 수 있나?
"'주춤'이라는 표현은 팩트를 쓴 것이다. 현재로써 잠깐이다. 더 지켜보겠다. 소비심리와 투자심리의 위축이 언제 어느 정도로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다"
-한달 전 환율절상의 긍정적 영향을 언급한 바 있다.
"계량화를 하려고 하면 모형을 보고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최선의 방법이다. 계량모형을 이용해 환율 절상효과를 측정해 보면 경제성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고 물가는 낮추는 방향의 영향을 준다"
-유럽중앙은행(ECB)처럼 금리를 10bp(0.1%포인트) 단위로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나.
"25bp 단위로 조절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금리정책을 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클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준다. 그 균형점이 25bp이다. ECB는 금리의 절대 수준이 낮아서 폭을 작게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우리는 25bp가 적합하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