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축구평가전]홍명보호, 소득 없이 단점만 노출

스포츠뉴스팀 기자  2014.06.10 12:31:54

기사프린트

가나전을 통해 소득을 얻겠다던 홍명보호가 오히려 감추고 싶었던 단점만 드러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열리는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H조 1차전까지 남은 시간은 8일,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한국은 10일 오전 8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조단 아예우(3골·소쇼 몽벨리아르)와 아사모아 기안(알 아인)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4로 완패했다.

가나와의 대결은 말 그대로 평가전이다.

이기면 좋지만 결과나 최종 스코어는 크게 중요치 않다. 평가전을 통해 한국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실험하느냐'가 핵심이다.

홍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전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강팀인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할 수 있다는 게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내일 경기를 마치고 나서 무언가 소득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가나전을 마친 대표팀에 소득은 없다. '가짜 등번호'까지 사용해가며 전력 노출을 막으려고 했지만 경기 과정에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만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악의 결과다.

수비 조직력 강화는 홍명보호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였다. 수비수 간의 호흡과 역습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비공개 훈련까지 실시했지만 이날 그동안 들여온 공이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한국은 가나에 4골을 허용했다.

역습에 의한 실점만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지만 의미없는 외침이 됐다. 수비수들의 실책이 실점의 시발점이 돼 자존심까지 구겼다.

한국은 전반 11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의 백패스가 중간에 차단된 후 선제골을 빼앗겼고 전반 43분에도 곽태휘의 실책에 이은 기안의 개인 드리블 돌파에 추가골을 내줬다.

수비수들간의 호흡을 위해 그라운드 위에서의 '침묵 금지령'까지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압박은 허술했고 조직력은 모래알이었다.

후반 8분 선제골의 주인공 아예유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근처에 한국 수비수 3명이 있었지만 어떠한 압박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예유는 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해트트릭까지 작성했다. 그가 쇄도하는 동안 문전은 뻥 뚫려 있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이날 평가전을 준비했다.

러시아는 끈끈한 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승리를 따내는 팀이다. 브라질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터뜨린 20골 중 5골을 역습으로 만들어냈다.

역습 상황마다 자동문처럼 열린 포백의 경기력은 러시아에 자신감만 심어줬다. 측면과 중앙수비 모두 실책을 범하며 공략할 수 있는 범위만 넓혀준 셈이다.

공격도 할 말이 없다.

최전방에 선 박주영(아스날)은 아무런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했다. 가나의 수비수들에게 꽁꽁 막혀 침묵하다가 후반 20분 교체 아웃됐다. 이날 슈팅은 1개에 그쳤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이 '더블 볼란치'를 이룬 중원도 가나 미드필더진의 압박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허리가 막히자 한국의 공격 전개는 답답한 모습만 보였다.

좌·우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개인기를 이용해 몇 차례 위협적인 돌파를 선보인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한국은 오는 18일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와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8일이 남았다.

지난달 12일부터 소집해 담금질을 이어온 홍명보호의 창과 방패는 여전히 무디고 약하기만 하다.

평가전은 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실전을 가정한 '스파링'이다. 태극전사들도 평가전에서 전력을 다하지는 않는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고 부상 없이 몸을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함께 월드컵에 나가는 가나도 마찬가지다. '비록 대패했지만 대표팀은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라며 애써 합리화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튀니지(0-1 패)·가나전 2연패로 인해 대표팀의 사기와 자신감은 크게 떨어졌다.

여론도 좋지 않다. 홍 감독은 남은 시간 동안 선수들을 잘 추슬러 러시아전에서 100%의 경기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홍 감독의 지도력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