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이만수(56) 감독이 잔뜩 뿔이 났다.
지난 3일 SK와 한화 이글스가 실시한 트레이드에 현장의 의견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감독이 관여하지 못하고 구단이 일방적으로 단행한 트레이드"라며 "야구하면서 기분이 제일 좋지 않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SK와 한화는 지난 3일 포수 조인성(39)과 내야수 이대수(33), 외야수 김강석(29)을 주고받은 1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화의 이야기는 아니다. SK가 그렇다. 이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를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의 반대에도 구단은 트레이드를 강행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선 이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구단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트레이드라면서 "이번 트레이드 때 나는 끝까지 반대했는데 이미 결정이 된 상태였다. 혼란이 왔다"고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트레이드를 했다는 것은 야구계에 치명적인 일"이라며 "프로야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조인성 대신 받아온 이대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대수가 온 것은 환영한다"고 말한 이 감독은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는 이대수를 향해 "우리 내야에 부상자가 많은데 빨리 몸을 만들어 올라오도록 하라"고 다독이며 조치도 취했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감독의 주장이다. 그가 구단과의 불화를 무릅쓰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 것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이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소통'을 가장 강조했다. 좋은 야구를 위해 인내하고, 신앙인으로서 믿음으로 인내했다. 그런데 좋은 야구는 이런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소통을 해야 하는데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고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트레이드를 하는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지 않는가. 마음이 아프다"고 강조했다.
구단 측에서 "A급 포수 3명이 있어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하게 됐다"고 밝힌 것을 의식했는지 이 감독은 "2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 조인성과 정상호, 이재원 3명을 모두 갖고 해왔다. 한 명을 포수로 기용하고, 다른 한 명을 지명타자로 투입하면 된다. 포수는 다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수는 한 팀의 '키'다"며 "조인성이 가면 모든 살림을 가져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한화에서 좋은 선수를 데려갔다"면서 재차 아쉬움을 표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고, 이내 더그아웃을 떠났다.
SK 구단 측은 "지난 주말 한화와 3연전을 치르는 도중 트레이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이만수 감독과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2일 이 감독이 1대1 트레이드라면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2대1 트레이드를 추진했는데 한화에서 선수 한 명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3일 이런 내용을 이만수 감독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반대 의견을 냈다. 끝까지 트레이드를 반대한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SK 구단은 이 감독과 오해가 있다고 판단, 대화로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민경삼 단장과 이만수 감독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